[책마을] 전담팀까지 꾸려 삼성 연구…'독종' 소리 듣는 中 기업
“중국의 대표적 스마트폰 제조업체이자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연구소에는 삼성전자를 집중 연구하는 전담팀이 구성돼 있다고 한다. 한국 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에 대해 얼마만큼 파악하고 대비하고 있는가?”

[책마을] 전담팀까지 꾸려 삼성 연구…'독종' 소리 듣는 中 기업
한국과 일본의 산업경쟁력 비교 연구 등을 수행했던 아시아기업연구회 회원들이 승승장구해온 중국 기업을 연구한 결과물인 《중국 일등기업의 4가지 비밀》을 내놓았다. 가전의 하이얼, 인터넷의 바이두, 자동차의 상하이자동차, 유통의 궈메이, 석유화학의 시노펙 등 중국 대표 기업 13개를 연구·분석해 한국 기업들에 대응 방안을 제시하려는 취지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의 위협을 감지하고는 있지만 “공산당을 등에 업고 허세를 부린다”는 안일한 태도 또한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는 얘기다.

17명의 저자는 13개 중국 대표 기업을 지배구조, 기업문화, 기술전략, 시장전략 등 네 분야로 분류해 소개한다. △서구식 주주 중심 지배와 공산당 중심 지배라는 이중 구조를 살펴보고 △중국적인 것을 기초로 서양을 활용하는 ‘중체서용’의 기업문화 △외자 기업에 시장을 열어주는 대신 기술을 배우는 기술전략 △모방을 토대로 혁신을 추구해온 시장전략을 아는 것이 중국 기업을 이해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자산총액이 18조7000억위안에 달하며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에서 1위를 차지한 공상은행의 경우를 보자. 7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정부가 최대주주 자격으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에서 경영진을 선임하는 등 사실상 은행을 좌우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국유기업 중심이던 대출 구조를 탈피해 2003년 12%에 그쳤던 개인대출 비중을 올해 상반기 27%까지 높이는 등 ‘공산(共産)은행’의 모습에서 실질적 ‘공상(工商)은행’으로 변모한 사실 또한 지적한다. 그러면서 공산당이 인사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국 은행의 지배구조를 오히려 새로운 대안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생각해 볼 문제를 제시한다.

또 “능력이 부족해 성과가 미흡한 것은 참지만 태도가 불성실한 것은 두고 볼 수 없다”며 인지상정의 전통과 서구의 합리성을 접목한 상하이차의 인사관리, 고구마 등 농작물을 담은 채로 세탁해 고장을 자주 내는 쓰촨성의 농민들을 보며 고구마까지 씻을 수 있는 세탁기를 개발한 하이얼의 현지 고객 중심 문화 등도 소개한다.

13개 기업의 탄생과 성장 과정, 경영자의 전략, 미래의 과제 등을 읽다 보면 중국 대표 기업들의 구조와 문화, 현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다. 대중이 읽기에는 지나치게 딱딱하고 중국 비즈니스 관련자들이 읽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저자들이 인용한 자료가 대개 2009~2011년 자료여서 급변하는 현장의 상황을 담기에는 부족하다. 한 명이 아닌 17명 저자의 공동 집필이라는 것도 각각의 기업에 대한 분석을 꿰어 독자들에게 통찰을 제시하는 데는 적절치 않은 것처럼 보인다. 분석이 진전되면서 결론을 도출하는 게 아니라 개별 기업에 대한 소개가 나열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 기업에 시사점을 주기보다는 중국 기업 분석 수준에서 그친 점이 아쉽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에 대해 분석한 마지막 장이 대표적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