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터넷 중독 주원인은 가정환경…일방적 훈계만 하는 부모들부터 변해야"
“한국중독심리학회 등 중독 전반에 관한 학회는 활동 중이지만 인터넷, 특히 게임 분야에 특화된 학회 설립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무교동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인터넷과 관련한 학계, 업계, 정부 관계자 등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국인터넷중독학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초대 회장은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30여년간 청소년, 도박, 부부갈등 문제를 연구해온 채규만 한국심리건강센터장(65·사진). 지난 8월 성신여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그를 최근 서울 동선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100명(만 5~49세 대상 2012년 조사)을 기준으로 했을 때 유아동이 7.3명, 성인은 6명, 청소년은 10.7명이 인터넷중독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 청소년은 2.8명, 성인은 1.2명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통상 인터넷 중독이라고 하면 하루평균 8시간 이상 인터넷게임에 노출된 상태를 말하며, 고위험군은 그로 인해 실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부류를 말한다. 한 중학생이 게임 속 캐릭터 행동을 흉내내다 남동생을 살해하고, 초등학생이 부모의 차를 몰고 나가 사고를 내고, 게임에 빠진 부모가 아이를 방치해 사망케 한 최근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청소년의 경우 채 회장이 지적하는 가장 큰 중독 원인은 ‘가정환경’이다. “예전보다 학업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감각을 즐기는 성향이 강해진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부모의 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 중독 성향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보면 대개 부모와의 관계가 일방적입니다. 자녀 입장에선 현실세계에서 풀지 못하는 정서적 욕구를 온라인 세상에서 해소하려 하는 것이죠.”

부모들의 대처법에 대한 조언도 했다. “이미 중독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게임하지 말라고 했지? 그러다 바보된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되려고…’ 하는 식의 훈계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게임 셧다운제 같은 정부정책과 별개로 게임산업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요. 따라서 자녀와의 대화 방식 등 원인을 찾지 않고 야단만 쳐서는 안 됩니다.”

채 회장은 또 인터넷 중독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업계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예방사업 따로, 치료상담 프로그램 따로 운영되는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걷어내야 합니다.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여성가족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에 흩어져 있는 인터넷 중독 관련 업무를 통합관리해야 비용도 줄이고 효과도 거둘 수 있어요. 게임 개발과 사업 확장에만 몰두했던 게임업체들도 더 큰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중독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