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 웹접근성, 시장을 만든다
미국 인터넷 업체 구글은 유튜브에 청각장애인용 자동캡션기능(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은 스마트 기기에 장애인 편의를 위한 기능들을 탑재했다. 이들은 정보기술(IT)에 소외됐던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소비자로 흡수해 사회공헌과 이익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내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IT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적 유통업체인 영국 테스코는 2004년부터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을 갖춘 인터넷 쇼핑몰을 선보여 35만여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선진 외국 기업들이 이처럼 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높여 새로운 시장까지 창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장애인의 웹 접근성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에서는 2008년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서 제도적인 장애인 권리향상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웹 접근성은 정보통신, 의사소통 관련 편의제공 차원에서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이 신체적, 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인과 동등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단이 제공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 종합병원 등에서 시작된 웹 접근성 준수 의무는 올 4월까지 국내 모든 법인으로 확대됐다. 장애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기관들도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소극적인 입장에서 웹 접근성을 바라보면 법 준수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웹 접근성 구축의 사회적 영향을 너무나 좁게 해석한 것이다. 적극적인 자세로 바라보면 웹접근성을 활용해 사회적 공헌뿐만 아니라 동시에 ‘공유가치창출’을 통한 기업 이윤창출도 가져올 수 있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세계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10억여명(2010년 기준)이 다양한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인터넷 세상을 열어 준다면 성숙단계에 이른 기존의 다양한 시장을 대신할 수 있는 신규 시장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장애인 웹 접근성이 좋아지면 장애인들은 보다 쉽게 인터넷을 활용, 취업이나 창업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재택근무를 통해 온라인 마케팅이나 콜센터 업무도 차질 없이 할 수 있다.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 계층에 대한 단순한 배려나 시혜 차원을 넘어 이들을 동반성장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이동현 < 가톨릭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