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보조금 상한제와 휴대폰 제조사들의 자료 제출 조항을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제조사들이 글로벌 영업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여론에 밀려 나온 게 ‘한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규제일몰제라는 꼼수다.

규제일몰제는 통상 규제가 필요한 사안으로 입증되지만 규제 기간 내에 충분히 규제의 효과가 기대돼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의 규제가 필요 없는 분야에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다. 또 규제의 효과가 불확실한 사안에 대해 시험적으로 운용해보는 제도다. 일단 제도를 시행한 뒤 재평가하거나 폐지해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일몰제를 시행하려면 규제 영향 분석 등과 같은 심사가 사전에 선행돼 규제의 타당성이 상당 부분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단말기 보조금에 가격상한제와 같은 규제가 있어야 하는지부터가 의문이다. 또 민간기업들의 영업 관련 기밀 자료를 정부가 제출받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조차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저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행정편의적 수법으로 짜낸 꼼수로만 해석될 뿐이다. 원가를 까발려 단말기 요금인하를 위한 사회적 압력을 조성하겠다는 식의 발상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 이미 본란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휴대폰 보조금 자료를 공개하고 가격 상한제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인 가격 차별화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이는 기업자율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단말기 생태계는 소비자와 생산자만이 아니라 통신과 데이터가 결합된 유통 사슬이 보다 정교하고 진화된 형태로 짜여 그야말로 혁신시스템이 살아 있는 구조다.

주무부처가 고집을 피우니 다른 경제장관들이 타협책이랍시고 시한부 운영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일처리는 정부 전체를 무능으로 밀어넣는 관료들의 ‘서로 봐주기’ 행태 외엔 아무것도 아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꼼수를 부리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