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변수 많아…현대차 "글로벌 판매 시나리오 10개도 모자라"
“내년에는 글로벌 판매 시나리오가 열 가지로도 모자랍니다.”

현대자동차 고위 관계자는 15일 “내년에도 내수 부진과 수입차 강세, 엔저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며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등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이 산재해 있어 보수적으로 경영계획을 짜고 다양한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다수 기업의 긴축경영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각종 규제와 소송, 세무조사 등으로 경영환경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각각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답변이 나왔다. 응답 기업 10곳 중 8곳은 “내년 경기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위축될 것”이라고 답했고, “내년 투자와 고용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잡거나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 회복은 201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 일각에선 오는 18일 있을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 회동에서 내년 투자 및 고용계획을 발표하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임금, 근로단축 등 ‘삼중고’

경총이 27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경영계획을 ‘긴축’으로 설정한 기업이 4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상유지’가 37.2%를 차지했다. 78.5%가 내년 경기가 밝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긴축 기조는 2012년 이후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확대경영’이라고 답한 기업은 21.5%에 불과했다. 이는 2011년 조사 결과(52.9%)의 절반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9년(9.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김동욱 경총 홍보기획본부장은 “응답자 중 43.5%가 장기형 불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내년도 경제성장률도 한국은행(3.8%)과 한국개발연구원(3.7%) 전망치보다 낮은 3.2%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내수 부진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확대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중소기업은 절반 이상(56.8%)이 근로시간 단축을 가장 크게 우려했으며, 대기업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33.3%)가 제일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특히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에 복리후생비와 정기상여금 등 1임금 주기(1개월)를 초과한 기간 지급한 금품을 포함해야 하는지 판결을 내린다. 이희범 경총 회장은 “기업들은 그동안 분기별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해석을 충실히 따라왔다”며 “대법원이 정부의 지침을 지킨 기업들에 거꾸로 38조원짜리 임금폭탄을 떨어뜨린다면 기업 경영활동 위축과 사회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회복, 2015년 이후 가능”

기업 10곳 중 8곳은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경련이 매출 600대 기업 중 366곳을 대상으로 ‘2014 경영환경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답한 기업이 82.8%에 달했다.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변수로 내수 회복 미흡(50.1%), 엔저 등 환율 변동(16.5%), 미국 양적완화 축소(11%), 중국의 성장 둔화(10.8%)를 꼽았다. 비경제 변수 중에서는 통상임금·정년연장 등 노동 관련 이슈(26.6%)라고 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고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지연(25.2%), 기업지배구조 관련 규제(24.4%), 화평법·화관법 등 환경 관련 규제(11.2%) 등이 이어졌다. 기업 10곳 중 8곳은 내년도 투자, 고용계획을 올해와 비슷하게 잡거나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선 응답 기업의 절반 가까이(48.4%)가 201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39.5%가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답했다. 내년 상반기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10.5%에 불과했다. 경기 부진 영향으로 내년 회사의 성장률을 3% 미만으로 예상한 기업이 10곳 중 6곳(58.1%)에 달했다. 정부가 내년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정책으로는 72.9%가 ‘경제활성화 정책’이라고 답했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각종 규제와 세무조사 등도 기업의 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