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11) 자유무역 확대에도 '관세사' 는 여전히 유망 직업
얼마 전 대학 강의 때 일이다. 잠시 쉬는 시간에 졸업을 앞둔 두 학생의 대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 중 한 학생이 다른 친구에게 FTA 등 자유무역의 기조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관세율이 낮아지거나 혹은 폐지되는 국가가 많아지기 때문에 관세사는 이제 사양직업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사실과는 전혀 다른 판단이다. 사실 이 두 친구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특정 직업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한 채 해당 직업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관세율이 낮아지거나 관세가 폐지되는 추세라는 판단은 틀리지 않다. 관세란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재화에 부과된 조세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관세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널리 활용해 왔던 무역 정책 수단 중 하나였다. 많은 국가들이 관세를 활용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입품에 관세를 부여하여 국내 가격을 상대적으로 싸게 유지할 경우 국내 산업을 보호할 수 있거나, 아직 미숙한 단계에 있는 산업을 외국의 경쟁압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관세를 식량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산업 내지 품목에 부과하여 중요한 국가 기반 산업을 보호하기도 한다. 또한 관세를 부과하여 특정 산업이 보호될 경우 해당 분야의 산업에서 유발될 수 있는 실업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국가들이 오랫동안 관세를 대외 무역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무역관세 철폐로 높이는 개방성

1948년 이후 GATT 체제하의 다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전 세계는 점차적으로 관세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무역 기조를 변화시켜 왔다. 근래에는 관세의 중요성이 쇠퇴하여 관세 이외의 다른 비관세적 방식으로 무역 정책을 더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무역 기조인 FTA는 양국 간 상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 정부조달 등의 전 분야에 대해 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특혜무역협정이다.

앞서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 조치가 다양한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FTA와 같은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개방을 통해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한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가 더욱 수월해져서 경제성장을 도모하기에도 용이한 환경을 갖추게 된다. 특히 최근 전 세계 무역의 또다른 추세가 지역 블록화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FTA 등은 지역주의 확산에 따라 역외 국가가 받을 수 있는 반사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현재 많은 국가들이 여러 국가와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시도 내지 관세를 철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무역정책에 있어 관세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세사 시험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관업무 대행 수출입전문가

우선 관세사가 하는 세부적인 업무 내용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관세사는 수출입전문가로 수출입 과정 중의 통관업무를 대행해 주는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급변하는 수출입 관련 법령을 수출입업자가 직접 일일이 챙기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관처리에 필요한 수출입 신고서 등의 관계서류를 작성하고 이에 부합하는 구비서류를 정확히 작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관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FTA가 활발히 추진되면서 관세사의 업무 내용은 통관업무뿐만 아니라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한 품목 분류 및 원산지 인증 등에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FTA는 양자간 무역협정이기 때문에 FTA를 체결한 국가 간에만 특혜를 부여하는 무역 협정이다. 즉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원산지 표시 증명’은 필수다. 따라서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정확한 품목분류와 원산지 인증 등에 관세사의 도움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FTA 등의 자유무역 기조가 높아지면서 관세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관세사가 유망 직종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무역협회, 중소기업청 등에서 관세사의 채용을 더욱 늘리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도 FTA 컨설팅에 필요한 관세사를 지속적으로 뽑고 있으며, 일견 무역과 직접 관련 없어 보이는 로펌, 회계법인 등에서도 관세사를 채용하는 추세가 더욱 늘고 있다. 이는 관세사는 무역실무, 외환거래법 등 전반적인 무역 실무 및 외환 관련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은행 및 회계법인 등에서도 관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0년 후 더 유망한 직업

이러한 사회적 흐름으로 인해 관세사는 시험을 합격하고 1년의 수습기간을 마치기도 전에 대부분 채용된다고 한다.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앞으로 부상할 63개의 직업 중에 관세사를 포함시켰으며, 관세사는 10년 후가 더욱 유망한 직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관세사는 여타 다른 전문직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들어났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연간 2400만원(월 200만원) 이하의 소득을 보이는 사람이 해당 분야 종사자 중에서 건축사(25.0%), 감정평가사(24.7%), 변호사(17.2%), 법무사(12.1%), 변리사(10.1%), 회계사(8.4%), 세무사(6.7%), 의료업(6.6%), 관세사(6.1%) 순으로 확인되었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는 2400만원 이하의 소득을 보이는 사람이 9000명 가까이 있는 상황에서 관세사가 이러한 비중이 가장 낮다는 점도 해당 직업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 할 것이다.

관세사는 만 2O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관세사가 되기 위해서는 관세청 통관기획과에서 주관하고, 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만 하면 된다. 관세사 시험은 1차와 2차로 나누어지는데, 1차 객관식 시험과 2차 논술형시험으로 구분된다. 1차 시험에 합격하면 그 해, 그리고 다음해 2차 시험까지 치를 수도 있다. 공부할 주요 내용들은 관세법, 관세율 및 상품학, 관세평가와 무역 실무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각 과목별로 40점 이상이면서 모든 과목 평균이 60점 이상을 획득하면 관세사 시험에 합격하여 관세사로 활동할 수 있다.

[직업과 경제의 만남] (11) 자유무역 확대에도 '관세사' 는 여전히 유망 직업
예전에는 관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이 개인사무소 내지 합동사무소를 개설하는 비중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관세법인뿐만 아니라 7·9급 관세직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하여, 점차 그 활용폭이 커지고 있다. 취업난이 가중되는 이때 관세사도 주목해 볼만한 직업이 아닌가 생각된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용어 풀이

▨ 관세사= 수출입전문가로 통관절차를 이행하거나 관세법상의 행정업무를 대리해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최근에는 그 업무 영역이 수출분야로 확대되어 FTA원산지 정보관리 및 해외 통관정보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고 있다.

▨ 관세= 수입품에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무역규제의 여러 방식 중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으로서, 수입품의 국제가격보다 국내가격을 비싸게 유지함으로써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