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美 양적완화 축소 영향 제한적…내수·수출 회복세 지속"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2.50%인 기준금리를 7개월째 동결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많은 만큼 섣불리 움직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올해 금통위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금리를 단 한 차례 조정하는 데 그쳤다.

한은은 12일 김중수 총재(사진) 주재로 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연 2.50%로 조정한 뒤 7개월 연속 동결이다. 7명 금통위원의 만장일치였다.

일찌감치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을 점쳤다. 한 달 전 금통위 때와 비교해 경제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를 보면 내수와 수출이 모두 증가하면서 추세선을 따라 회복세를 지속했다”고 진단했다.

경기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설명이다. 물가를 자칫 자극할 수 있어서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을 정도로 이례적 안정세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0월 0.7%에서 11월 0.9%(전년 동기 대비)로 소폭 올랐다. 일시적 공급요인을 제외하기 위해 농산물·석유류를 뺀 ‘근원 소비자물가’도 1.6%에서 1.8%로 상승했다.

김중수 "美 양적완화 축소 영향 제한적…내수·수출 회복세 지속"
김 총재는 바로 이 점을 들어 “(물가상승률이) 지금보다는 약간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저성장·저물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시장 일각의 주장을 반박한 셈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기준금리는 동결이 지속되다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된 이후 내년 하반기쯤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로써 올해 기준금리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단 한 번 움직이는 데 그쳤다.

한편 이날 김 총재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해 “현재로선 민간화폐로 발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로서 처음 비트코인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김 총재는 “최근 벤 버냉키 미국 Fed 의장 발언과 중국 인민은행의 입장 발표로 그 가치가 굉장히 크게 변동했다”며 “수용성이 적고 이렇게 높은 가격 변동성이 있는 것을 화폐로 쓸 수 있는지 문제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엔저) 흐름은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엔저가 어느 정도 지속할지 말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엔저가 끝나는) 경계점을 예단하기보다는 주시해서 (대응)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영향에 대해서는 “국제 금융시장의 변화폭이 대단히 큰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