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용의자’에서 주인공을 맡아 열연한 배우 공유.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용의자’에서 주인공을 맡아 열연한 배우 공유.
화제의 방송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이후 각종 로맨스물에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각인시킨 공유(34)가 거칠고 드센 액션배우로 탈바꿈했다. 그는 오는 24일 개봉하는 ‘용의자’(감독 원신연)에서 탈북공작원 출신으로 남한에 귀순한 뒤 음모에 휘말리는 지동철 역을 맡았다.

총제작비 90억원을 투입한 이 작품은 공유의 화끈한 액션을 바탕으로 남한과 북한 체제를 모두 비판한다. 1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공유를 만났다.

“처음에는 출연 요청을 거절했어요. 액션물은 으레 테크닉만 강조할 것이란 편견이 있었거든요. 예산 규모가 너무 큰 것도 부담스러웠고요. 그러나 몇 달 뒤 원 감독 측에서 다시 연락해 와 만났더니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하더군요. 완성작을 보니 다시 찾아준 원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촬영 과정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요.”

그는 3개월간 소금기를 끊는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체지방을 빼고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다. 불과 3㎏을 뺐지만 허기로 눈에서 독기가 나왔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는 빠르고 힘 있는 액션 신을 만들어냈다.

“대사 없이 몸과 눈만으로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죠. 특히 격술 신을 연기할 때는 체력 소모도 컸어요. 동료 김성균과의 격술 신을 찍는 데 3일이나 걸렸어요. 러시아에서 용병들이 사용하는 실전무술 ‘시스테마’를 도입했거든요. 단 한 번의 타격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무술이죠.”

대부분의 액션 장면은 공유와 대역이 똑같은 신을 한 번씩 촬영했다. 대역이 더 멋지게 했지만 감독은 감정을 살리기 위해 공유가 한 장면을 채택했다고 한다. 가장 힘겹게 촬영한 장면은 적에게 잡혀 교수대에 목이 매달렸을 때라고 했다.

“팔목을 뒤로 묶인 채로 매달린 장면에서는 실감 나게 하려고 목에 두른 끈을 죄도록 했어요. 그 순간에만 집중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제 몸무게가 있으니까 목이 정말 아프더군요. 이 장면에서 몸 근육도 자연스럽게 노출되는데 컴퓨터그래픽(CG)이냐고 물으신다면 억울합니다. 하하.”

카체이싱 장면도 볼 만하다. 자동차로 후진하면서 좁은 계단을 달려 내려올 때는 스스로 찌릿찌릿한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원래 자동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찍었다고.

“달달한 공유에서 거친 지동철로 변신한 모습에 팬들이 괴리감을 느낄 것이란 걱정은 하지 않아요. 그동안 배역 때문에 여성성을 보여줬지만 알고 보면 제게도 남성성이 있을 수 있잖아요. 영화를 본 뒤 ‘주먹질을 좀 하네’란 평가에 그친다면 제 연기가 잘못된 겁니다. 저는 그 이상을 원합니다.”

조성하 박희순 등 남자 선배들과 함께 연기한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로맨스물에 많이 출연한 까닭에 대부분 여자 선배나 후배들과 함께 작업했기 때문.

“남자들과 촬영하는 게 훨씬 편하더군요. 여자 선배는 모셔야 하는 느낌인데 남자 선배들은 그냥 편하게 대하면 되더군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