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아중(31)과 ‘칸의 여왕’ 전도연(40)이 연말 극장가에서 흥행 대결을 펼친다. 김씨는 로맨틱 코미디 ‘캐치미’에서, 전씨는 드라마 ‘집으로 가는 길’에서 주인공으로 나섰다. 여배우의 역할이 남자배우에 비해 미약한 한국영화계에서 드물게 이들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을 연기했다. 두 사람을 서울 팔판동과 통의동에서 각각 만났다.

○김아중 “로맨틱 코미디는 매력적”

김아중
김아중
“연말에 편하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예요. 가족과 연인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거든요. 다른 영화들은 슬프거나 심각해요.”

‘로코퀸’ 김아중은 ‘캐치미’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캐치미’는 검거율 100%를 자랑하는 형사(주원)가 미술품 도둑(김아중)을 추적하다 자신의 첫사랑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고민에 빠지는 이야기다. 김씨는 ‘미녀는 괴로워’(670만) ‘나의 PS파트너’(187만명)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에 또다시 도전했다.

“좋은 소재의 만화 원작을 완성도 높게 만든 게 ‘미녀는~’의 흥행 비결이죠. ‘나의 PS~’는 제 또래 젊은이들에게 공감지수가 높은 이야기였고요. 이번 ‘캐치미’는 관객의 공감을 사기보다는 당혹스럽게 만드는 영화예요. 대도를 사랑하는 형사라는 극단적인 설정에서 출발해 첫사랑의 판타지를 녹여냈거든요.”

그는 이번에 맡은 도둑 역이 뻔뻔하고 대담한 캐릭터여서 개인적으로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양심과 죄의식 없이 뻔뻔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캐릭터가 과연 사랑받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코미디기 때문에 용서를 받을 것이라 믿었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는 다른 장르에 비해 캐릭터가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죄책감까지 녹여내 도둑 캐릭터를 연기하면 안전할 수는 있겠지만 효과가 반감될 거예요. 보통 여자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코미디답게 남자를 당혹스럽게 곤경에 빠뜨려야 했어요.”

○전도연 “주부의 실화를 옮긴 영화”

전도연
전도연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은 지인에게 속아 마약을 운반하다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 교도소에 2년간 수감됐던 한 주부의 실화를 옮긴 영화다. 지구 반대편에서 어린 딸과 남편이 있는 고국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여주인공의 소망과 함께 그의 고통을 수수방관한 외교부 관리들의 무책임을 보여준다.

“연말 한국영화 기대작 중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가족영화예요.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주부와 아내를 되찾고 싶은 남편 이야기를 따스하게 그렸어요. 법정 신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란 대사를 연기할 때는 정말 격정에 휩싸이더군요.”

그의 영화 출연은 ‘카운트다운’(2011) 이후 2년 만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중남미 유색인과 백인 범죄자들이 득실거리는 감옥에서 생활하는 장면을 위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3주간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그는 “일정이 너무 빡빡해 한순간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며 자신과 너무 다른 이미지를 가진 고수 씨가 남편 종배 역으로 캐스팅된 것에 놀랐다고 했다.

“아내를 찾으러 다니는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외모가 미소년 같잖아요. 겪어보니까 외모와 달리 소탈하고 고지식한 남자더군요. 종배 역에는 고수씨의 그런 면모가 투영돼 있어요.”

차기작으로는 액션에 감정을 실어 보여주는 신개념 액션 영화 ‘협려’를 촬영 중이라는 그는 “그런 편견을 깨는 것도 나 자신”이라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