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기꺼이 수술하는 시대
서울에 사는 양인석 할머니(99)는 최근 왼쪽 눈에 인공수정체를 넣는 백내장 수술(초음파유화흡입술)을 받았다. 병원에 오기 전 할머니는 시야가 뿌옇게 흐려 1m 앞 사물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수술을 집도한 박영순 아이러브안과 원장은 “양 할머니는 초점 조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딱딱해졌고 수정체 뒷부분이 혼탁해져 굉장히 답답함을 느끼던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아이러브안과 의료진은 2.2㎜의 작은 절개창을 통해 첨단 초음파 장비로 수정체를 잘게 부순 뒤 흡입하는 방식으로 하는 최신 수술법을 썼다. 박 원장은 “환자가 워낙 고령이어서 긴장은 했지만 평상시처럼 잘 끝났다”고 말했다. 이번 수술 성공으로 국내 백내장 수술환자의 고령 기록은 종전 85세에서 99세로 바뀌었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수술받는 환자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초고령자로 분류되는 ‘85세 이상’ 환자의 수술 건수는 2007년 1만2869건에서 지난해 2만2452건으로 5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100세를 넘어서도 수술하는 경우가 있다.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팀은 지난해 대장암에 걸린 문귀춘 할머니(당시 102세)를 수술했다.

지난해 80세 이상 환자들이 가장 많이 받은 수술은 백내장으로 5만3000여건이었다. 다음은 척추 수술로 1만5000여건에 달했다. 척추뼈와 퇴행성 변화로 생긴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많았다. 이 외에도 심장 스텐트 수술, 퇴행성 무릎관절염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 등도 어렵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 장수(長壽)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박상철 가천의대 암·당뇨연구원 원장(전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은 “예전에는 80세로 접어들면 삶을 정리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로 가고 있다”며 “의술 발달이 고령자들을 젊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