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핵 협상 타결한 케리 美국무장관 "北 핵 보유…이란과 다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사진)은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 직후 “이란과 북한은 많은 면에서 다르다. 북한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미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합의를 실패로 돌아간 북한 핵협상과 비교하면서 결국 이란의 핵무기 보유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한 미 정부의 공식 반응이다.

케리 장관은 2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출연해 “이란이 제재를 피하려고 핵 개발을 중단키로 합의했다가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지속한 북한과 왜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여러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고, 둘째 협상에 참여해 왔으며, 셋째 특정 핵 시설에 대해 매일 사찰을 받기로 했다. 검열이 진행되는 동안 (우라늄 농축) 활동도 제약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케리 장관이 거론한 차이점은 세 가지다. 우선 이란은 NPT 가입국이지만 북한은 2003년 탈퇴하고 올해 ‘핵 보유국’임을 천명했다. 둘째는 이란은 비핵화 협상에 참여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핵 사찰을 받겠다고 약속했지만 북한은 거부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또 “이란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핵실험을 해왔으며 비핵화 정책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양국의 핵개발에 대한 미국의 차별적 대응기조를 시사하는 것이다. 두 나라 모두 국제 핵비확산 체제에 도전하는 ‘불량국가’이지만 이란에 대해서는 대화를, 북한엔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국내 정치권과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우방 국가들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최종 협상’에 도달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로버트 메넨데즈 미 상원외교위원장(민주당)은 “상원과 하원이 12월에 새로운 이란 제재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6개월 내 이란의 핵시설(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중수로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완전히 해체하는 최종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란 정권은 핵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하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25일 미국의 ‘핵 없는 세계’ 구상에 대한 비난을 내놓으면서 핵무장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핵무기 없는 세계 타령은 기만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국의 ‘핵무기 없는 세계’ 타령은 본질에 있어서 미국의 핵만이 남아있는 세계이며 그것은 핵으로 저들의 지배주의적 야욕을 충족시키려는 망상 속에 떠올린 나발”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조수영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