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ITU전권회의 성공개최를
최근 회의자리에 가보면 노트 대신 태블릿PC에 메모하고, 시청각 자료를 해당 기기로 시연하기도 한다. 10여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들이다. 그만큼 새로운 기술들이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고 있으며 신기술에 대한 수용도 역시 높아졌다.

이렇게 발전된 기술은 지구 반대편 세상과의 거리를 줄였고, 개인들과의 거리 역시 좁혔다. 단순히 공간적인 의미를 넘어 시간까지 서로 공유하게 되면서 더 이상 거리와 시간 개념은 과거의 그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에는 반드시 질서가 있어야 한다. 규격, 표준화, 기술 주체 상호 간의 약속 등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한국으로 전화한다고 했을 때 번호 82를 눌러야 통화가 가능하며, 4세대 이동통신인 LTE는 어디까지 통용되는지,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습관처럼 사용하는 인터넷 등도 모두 합의된 약속이 있기에 우리 손안에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기술의 질서가 없다면 혼란을 맞이하기 이전에 사용 자체를 할 수 없다.

이런 정보기술(IT)에 대한 질서를 만드는 곳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다. ITU는 전기통신 개발과 기술 발달을 촉진하고 주파수 할당, 통신료 인하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는데 최근엔 인터넷까지 영역을 넓혀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ITU 가입 국가는 유엔 가입국 숫자와 같은 193개국에 이른다.

내년 10월 전 세계 IT 및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장관 및 공직자, 주요 기업인 등이 모여 세계 정보통신의 규칙을 정하고 한국의 정보통신 분야 신기술을 뽐낼 수 있는 자리인 ITU 전권회의가 부산에서 열린다. 불과 50년도 안 돼 ITU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ITU 전권회의를 주최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너무도 중요한 회의이기에 우리는 ITU 전권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회의가 성공하기 위해선 관계자들의 빈틈없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이다.

한국 국민들이 ICT 분야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세계인에게 보여줘 역시 ITU 전권회의 개최국은 다르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임주환 < 광운대 석좌교수·전 ETRI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