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 총재의 깊어가는 고민 "중앙은행의 소통 노력이 오히려 불확실성 키울 수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고민을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 15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김 총재는 최근 중앙은행과 시장 간 소통의 한 방안으로 확산되고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이 실업률 등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을 변경한다고 밝히는 사전 안내다.
지난 7월 부임한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실업률이 7%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얼마 전 실업률 7% 이하일 때 (통화정책을 변경)한다고 하면서 이 시기를 2016년 정도라고 얘기하더니, 지난주에는 2014년쯤이라고 했다”며 “그러곤 또 실업률만으로 충분히 (고용 상황을) 알 수 없어 취업근로시간까지 함께 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준과 시점이 계속 바뀌면 시장에 오히려 혼란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얘기였다.
김 총재는 한국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힘든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해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가이던스를 제시하기가) 더욱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과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김 총재가 포워드 가이던스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나름의 해명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내년 하반기 국내총생산갭(GDP갭·실제성장과 잠재성장의 차이)이 마이너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한은의 전망을 금리 인상과 연관지어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의 GDP갭이 일종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우리는 미국처럼 어떻게 되면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금리 인상으로)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한은 책임론에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김 총재는 “대한민국에서 돈 관련 사고가 나면 다 한은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비약”이라며 “중앙은행의 기본 책임은 거시금융 안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인 위험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를 꼽았다. 다만 그는 “한국은 옆 나라(일본)보다 개방적이고 변화에 적응력이 크다”며 극복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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