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서 한 수 배운 삼성 사장단
삼성그룹 사장단이 카카오로부터 한 수 배웠다. 13일 오전에 열린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이석우 카카오 대표(사진)가 연사로 참석해 ‘카카오의 서비스 전략과 조직문화’란 주제로 강연을 한 것이다.

삼성도 ‘카카오톡’과 비슷하게 ‘챗온’이란 모바일 메신저를 내놓고 서비스 중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의미있는 점유율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갤럭시 스마트폰이 잘 팔리는 인도,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을 발판으로 챗온의 세계 가입자도 1억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 대표는 카카오의 성공 요인으로 단순성을 들었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기술이 좋을수록 다양한 기능을 모바일 메신저에 넣으려고 하지만 사용자들은 복잡한 기능을 오히려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지식의 저주’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잡한 기능과 구성이 웹에서는 통했을지 몰라도 작은 화면에서 구현되는 모바일에선 단순하고 직관적인 것에서 경쟁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빠른 실행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카오톡은 4명의 직원이 2개월 만에 개발했다”고 했다.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걸린 시간을 다 포함해서다. 그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갖고 1년 넘게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고객 반응을 전혀 얻지 못했던 이전의 뼈아픈 실패가 교훈이 됐다”며 “모바일 시대에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고 고집하면 회사가 망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제품을 내놓고 나서 고객 반응을 적극 수용해 빠르게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카카오의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카카오는 모든 직원이 직급이 없다. 각자가 입사할 때 고른 영어 이름으로 불린다. 이 대표는 “부장이니 과장이니 하는 직급을 없애고 다 영어로 이름을 부르다 보니 의사소통이 굉장히 편해졌다”며 “구성원들이 서열 없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