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해태, 달콤살벌한 '11일 결투'

11월11일은 1996년부터 ‘빼빼로데이’로 불려왔다. 롯데제과의 막대과자인 빼빼로를 연상시키는 1이란 숫자가 네 개 모여 있기 때문이다. 빼빼로 한 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때 나올 만큼 롯데로서는 중요한 시기다. 롯데의 라이벌인 해태제과가 11월11일의 이름을 스틱데이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6월 막대과자인 ‘포키’를 출시, 빼빼로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해태가 롯데의 최대 매출기인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선 것.

○롯데-해태 11월11일 쟁탈전

해태의 포키를 이마트에서 2만원 이상 구매하면 5000원 상품권을 준다. 롯데 빼빼로와 똑같은 혜택을 준다. 신제품에 대해 이 정도의 사은행사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마트에서 롯데와 해태의 판매물량 비율은 7 대 3 정도. 하지만 해태 상품에서 포키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게 이마트의 설명이다.

롯데는 11월11일 판매물량을 늘리며 덩치로 압도하겠다고 나섰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마트에 작년보다 행사 물량을 대폭 늘렸다. 빼빼로 출시 3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이벤트도 계획 중이다. 해태가 11월11일을 스틱데이로 부르자고 주장하는 데 대해 롯데는 “빼빼로데이는 롯데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유통업체들이 이름을 붙인 것”이라며 “생산업체가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 더 상업적”이라고 반박했다.

○막대과자 원조 논쟁


막대과자의 한 해 매출 중 절반 이상이 ‘빼빼로데이’ 시즌인 9월부터 11월 사이에 발생한다. 작년 빼빼로 매출(850억원) 중 65%인 550억원어치가 이 기간에 팔렸다. 11월11일이 다가오면서 원조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양측의 신경전이 뜨거워지는 이유다. 김수 해태제과 마케팅부장은 “포키는 1966년 일본에서 처음 나온 원조 초코 스틱과자”라고 주장했다. 모양은 롯데 빼빼로와 거의 똑같지만 “차별화된 맛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에서도 빼빼로데이 시즌은 ‘큰 장’이 서는 때다. 올해는 해태의 가세로 판매 경쟁이 더 뜨겁다. 한 대형마트에서 1일부터 4일간 팔린 빼빼로데이 관련 상품은 5억원어치다. 작년보다 80% 많이 팔렸다. 한비경 이마트 과자담당 바이어는 “과자와 초콜릿은 데이마케팅 효과를 가장 크게 보는 품목”이라고 말했다.

○데이마케팅 뭐길래

특정한 날에 별칭을 붙여 마케팅을 하는 ‘데이마케팅’은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잘 알려진 것부터 한우데이, 가래떡데이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나치게 상업적 냄새를 풍긴다는 비판도 있지만, 유통업체나 생산업체로서는 ‘대목’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지난 1일 한우데이에 유통업체의 매출이 급증, 한 해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물량이 팔렸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기간인 올해 2~3월 초콜릿류 판매량은 전년보다 8.3% 증가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