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직장남녀…기계적 평등보단 다름을 인정해라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쓴 존 그레이의 비서가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던졌다. 그레이가 “일을 잘하고 있고 결과도 좋은데 무엇이 문제냐”고 묻자 비서는 “내가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비서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하나도 안 물어보시잖아요. 관심이 없으신 거잖아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1주일만 더 일해보라고 비서를 타이른 뒤 매일 5분씩 시간을 내 ‘무엇이 관심사이고 무엇이 어려운가’를 물었다. 비서는 매일 당면하는 도전과 자신의 감정을 얘기했다. 비서는 다시 회사에 다니기로 마음을 바꾸고 그후 오랫동안 근무했다.

그레이가 ‘성별 이해 지능’ 전문가인 바바라 애니스와 함께 쓴 신간 《함께 일해요》에서 들려주는 경험담이다. 그는 비서의 사례를 통해 직장에서 인정받는 것에 대한 남녀의 인식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남성은 결과에 대해 인정받고 목표를 달성해 그 공로를 인정해 주면 좋아하지만, 여성은 목표 성취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대해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직장에서의 남녀 문제를 다룬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60여곳의 남녀 임원들을 인터뷰하고 10만여명의 직장인들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남녀가 이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를 빚는 ‘사각지대(blind spot)’를 노출시키고, 이를 제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출발점은 ‘화성 남자, 금성 여자’ 론이다. 남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그 차이를 서로 이해하고 인정함으로써 이성 간 발생하는 갈등과 문제들을 풀 수 있다는 논리다. 저자들은 일터에서 남녀가 ‘성별 이해 지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녀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업무 성과는 물론 직장 만족도를 훨씬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양성평등 운동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이 운동은 직장에서 남녀가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로 변질됐고 이로 인해 남자와 여자가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외면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직장에서 남자처럼 행동하도록 여자를 몰아가지 말아야 하고, 남자를 자신의 본성대로 행동한다는 이유로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터에서 성공이라는 수확을 거두려면 남성과 여성의 폭넓은 관점과 행동이 혼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따라가려면 ‘남자는 결과를 중시하고 여자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식으로 저자들이 일반화한 남녀의 특성과 차이점들을 인정해야 한다. 독자의 경험과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 이 책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