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금 세계 경제위기는 불균형의 조정 과정
2007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는 세계적으로 연쇄 충격을 가져왔다. 미국에 이어 유럽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도 그랬고, 다른 개발도상국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성장 둔화로 해외 투자를 줄인다면 파장은 더 커질 것이다.

《세계 경제의 거대한 재균형》은 세계 경제의 거시적 불균형이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적 경제 위기의 원인은 지난 10~20년 사이에 나타난 무역과 자본 이동의 심각한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한 국가에서 수입 불평등과 부의 집중화가 심해지면 국가 내 수요와 소비가 줄어들면서 남아도는 자금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여기서 국제 무역과 자본 이동의 불균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령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저금리와 과잉 자본이 만든 부동산 경기 붐과 과소비였다. 하지만 여기서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지금의 경제 위기는 ‘복합적인 글로벌 충격’이란 측면을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있었던 다양한 경제 위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기원후 33년에 있었던 로마 부동산 위기와도 비슷하다. 저자는 “지금의 글로벌 위기는 세계 무역과 자본의 불균형에서 빚어진 금융 위기로 교과서에 나오는 설명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무역 불균형을 만드는 자본의 이동은 이 불균형을 반대쪽으로 바로잡아야 반전된다. 정책과 제도가 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들 없이도 불균형은 결국 스스로 조정되는데 대부분은 금융 위기와 같은 격렬한 상태로 나타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최근의 세계적 위기는 특이하거나, 기대 밖이라거나, 놀랍다고 할 것이 전혀 없다. “정책적 왜곡이 여러 해에 걸쳐 지속되는 가운데 거대한 자본 불균형이 장기적으로 누적돼 필연적으로 나타난 혼란스러운 조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 무역 불균형을 초래한 정책과 제도의 틀을 제대로 바로잡지 않고서는 진정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말할 수 없다. 저자는 “불행하게도 국제수지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이 위기에 관한 논의는 대부분 혼란스러운 분석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와 투자를 위한 모든 수요와 공급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논리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재균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밝혀내고, 그 방법을 모색하는 게 정책결정자들이 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국제 협력이 그러한 고통을 줄여줄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저자는 “불행하게도 세계의 주요 경제주체 가운데 어디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럴 경우 어쩌면 무질서하고 필요 이상 더욱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재균형이 역전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