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 증가율 = GDP 2배' 공식 깨졌다
지난해부터 둔화되기 시작한 세계 무역증가세가 장기적인 추세로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역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밑돌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역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의 두 배’라는 공식이깨지고 있다”고 지난 25일 전했다. 1980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무역 증가율은연평균 7%로 세계 경제 성장률(3.4%)의두 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무역증가율은 2.0%로 2.3%를 기록한 성장률을 밑돌았다. 올해 역시 경제 성장률은 2.9%까지 높아질 전망이지만 무역 증가율은 2.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표면적인 이유는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선진국 경기와 신흥국들의 성장률 하락세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는7월 보고서에서 “위기를 벗어나더라도경제 성장률 대비 무역 증가율은 1.5배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30년간 세계 무역 성장을 이끌었던 요소들이 고갈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무역 증가세를 이끌어온 글로벌분업구조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FT는 중국의 근로자 임금이 오르면서저임금을 이용한 해외 임가공 모델의 장점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을비롯한 선진국들이 제조업 회귀 전략을통해 해외에 나간 자국 공장을 신흥국에서 철수시키고 있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장치를 도입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스위스 생갈대 분석에 따르면 2008년 11월 이후 주요 20개국(G20)은 1500개 이상의 보호무역 장치를도입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13년5월까지 688개의 보호장치를 도입해 매달 10개 이상의 조치를 쏟아냈다.

폭발적인 무역 증가의 토대가 됐던 세계화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피터슨연구소는 최근‘무역의 세계화와 그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낮은 성장률과 늘어나는 재정적자,생활 수준 정체 등에 직면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틴 케슬러 피터슨연구소 연구원은 “그나마 중국이 자국 시장 개방에 적극적이지만 정치적 변수가 많아 개혁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 해운사들의 어려움도 당분간 지속될전망이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 성수기인 올 5월에도 물류 운임이 하락하는 등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활발한 무역에 의존해 성장해 온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반론도 있다. HSBC는 인도 등 신흥시장의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2030년까지 무역이 연평균 8% 늘어날 것이라고전망했다. 패트릭 로 전 WTO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2년간 무역 부진은 EU 불황에 따른 것으로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면 무역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