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란 단어를 들을 때 무엇이 연상되는가. 사회학자는 ‘빈 둥지 증후군’이나 청소년 자녀 양육 문제를, 경제학자는 사회생활의 절정기, 출산 후 직장 복귀, 노후 대비 등을 언급할 것이다. 의사는 ‘폐경기’를 말할지도 모르겠다.

[책마을] "우린 늙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거야"
《중년의 발견》의 저자는 인간의 ‘중년’에 대해 “인간이라는 독특한 생물종에만 부여된 시기”라고 말한다. 삶의 중반부를 뜻하는 다른 동물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단순히 늙어가는 과도기적 단계에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성적·사회적 세계가 또 한번 변화하는 특별한 삶의 국면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생물학자이자 동물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중년을 “수백만년의 진화 과정을 거쳐 얻은 행운의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인간은 다른 생물종과 달리 생식활동이 끝난 뒤에도 40년 이상 살 수 있는 ‘중년 유전자’를 지녔다는 것. 저자는 “중년의 사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많은 양의 정보는 대략 2만3000개의 유전자에 저장돼 있다”며 “중년의 인간은 태아 시절과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증식을 계속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중년은 왜 진화했을까. ‘중년의 역할’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세대 간 문화를 공유하는데, 중년의 사람들이 이 문화 전달자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중년의 사고 속도는 20세보다 떨어지지만 구술, 공간 인식, 계산, 추리, 계획 세우기를 아우르는 인지 능력을 측정할 경우 중년기에도 계속 성장 곡선을 그린다. 중년의 뇌는 ‘다르게 생각’함으로써 ‘빠르게 생각’하는 청년기 뇌보다 현명한 답을 내놓는다. 덕분에 인간은 생식활동이 끝난 뒤에도 살아남아 뛰어난 인지 능력을 바탕으로 복잡한 문화를 후대에 전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년의 위기’란 말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처럼 심리 상태의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년 때는 자신의 정체성에 더 확신을 갖게 되고, 더 성실해지며, 더 쾌활하게 굴고, 더 열성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며, 젊은이들을 열심히 돕고자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