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면 신불자"…부모 2명중 1명 자녀 창업 반대
‘아들딸아. 창업은 꿈도 꾸지 마라.’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자녀의 창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기업 파산에 그치지 않고 인생까지 망칠 수 있다는 ‘창업 공포증’ 탓이다.

23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창업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성인남녀 815명 대상)에 따르면 자녀가 창업한다고 하면 ‘찬성(47.9%)’보다 ‘반대(52.1%)’하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창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부정적”이라며 “창업 열기도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인 28.8%(2010년)에 달하고, 열 명 중 네 명은 창업에 관심이 있는데도 자녀의 창업을 말리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꼽혔다. ‘실패하면 개인 신용불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92.2%가 ‘그렇다’고 밝혔다.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다’는 데도 75.5%가 동의했다.

실패가 두려운 이유로는 ‘금전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20~30대의 69.6%가 이같이 답해 40~50대(59.1%)보다 손실 가능성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청년실업을 창업 활성화로 풀겠다고 했지만 젊은 층의 ‘몸사림’은 심했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 분야에서 ‘혁신형 창업’을 하고 싶다는 응답은 20~30대에서 15.5%에 그쳤다. 40~50대 응답률 19.7%보다 낮았다. 반면 ‘생계형 창업’에 속하는 숙박음식업 선호도는 40~50대(26.1%)보다 20~30대(39.1%)에서 더 높았다.

하지만 창업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답변이 39.6%였고, ‘구체적으로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도 21.7%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44.2%가 ‘나이가 많아도 오랫동안 일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성공에 따른 성취감(21.5%)’과 ‘직장생활보다 돈을 많이 벌 것 같아서(20.1%)’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장 연구위원은 “아직은 생계수단으로서 창업에 치중하는 분위기”라며 “청년들을 혁신형 창업으로 이끌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