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신교동 종로장애인복지관에 모인 필로스 콰이어 단원들이 웃고 있다. 홍선표 기자
23일 서울 신교동 종로장애인복지관에 모인 필로스 콰이어 단원들이 웃고 있다. 홍선표 기자
“장애아를 둔 엄마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해요. 그만큼 털어놓기 힘든 상처니까요. 그래도 아이를 이끌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무대에 올랐는데 음악을 통해 제가 더 위로받게 되네요.”(필로스 콰이어 단원 이연희 씨)

23일 오전 서울 신교동 종로장애인복지관 1층 로비. 3층에서 교육받고 있는 지적장애인 청소년 20여명을 비롯해 40여명이 모였다.

잠시 후 검은색 정장에 흰 스카프를 두른 8명의 여성들이 간이무대에 올라 동요 ‘숲속을 걸어요’를 부르자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지적장애 청소년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로시니의 ‘고양이 이중창’이 흘러나오자 고양이처럼 손을 웅크린 채 ‘야옹’ 소리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무대에 오른 여성들은 여성합창단 ‘필로스 콰이어’ 단원이다. 단원은 12명으로 이들은 모두 장애아를 키우거나 장애인 가족이 있다. 장애인 가족 때문에 생긴 마음의 상처를 보듬자는 취지로 지난해 8월 합창단을 결성했다. 대부분 합창단 경험이 없는 이들은 1주일에 두 번 만나 연습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다섯 살짜리 지적장애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원희 씨(39)는 “다들 서로의 아픔을 알고 있기에 처음 만난 순간부터 한뜻으로 뭉칠 수 있었다”며 “합창하다 감정이 복받쳐 울음바다가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무대에서는 울지 말자고 서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아일랜드 팝송 ‘You raise me up’을 한국어로 바꿔 부른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절정에 다다랐다. “여러분이 힘들 때 가장 힘이 돼주는 사람이 누구냐”는 지휘자의 대답에 지적장애 청소년들은 한목소리로 “엄마”라고 외쳤고, 이화여대 관현악과 학생들의 첼로 및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노래가 시작됐다. 복지관에서 교육을 받는 지적장애인 이주한 씨(22)는 “노래를 들으면서 ‘엄마 사랑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며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필로스 콰이어 단원들은 “앞으로도 전국 장애인복지관을 찾아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