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비켜!…'CFO 사관학교' 이베이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되고 싶다면 OOO에 가라!’

명문대 최고경영자과정(MBA)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답은 이베이(ebay)다.

MBA 비켜!…'CFO 사관학교' 이베이
세계적인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가 CFO의 사관학교로 떠올랐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벤처기업에 이베이를 거쳐 간 재무전문가는 1000명 이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이베이 마피아’라는 사조직을 소개하며 과거 이베이 재무팀에서 일했던 20명의 CFO는 요즘도 이베이 재직 시절의 추억과 경영 정보를 공유하는 등 끈끈한 유대를 과시하고 있다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산실로 떠오른 것처럼 이베이 역시 유능한 CFO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베이를 CFO 사관학교로 만든 핵심은 탄탄한 직원 교육 과정이다. 이베이에서 일을 시작하는 인턴사원이나 정규직 직원은 실전 경험과 이론 수업을 통해 재무와 분석기법, 리더십 등을 배운다. 입사 초기 방대한 양의 정보를 다루는 빅데이터 분석 업무를 하고 전문투자자, 세무사, 회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강의를 듣는다.

신입사원의 교육 과정은 2년. 이 과정에서 성과가 좋은 직원은 6개월에 한 번씩 다른 부서로 배치해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 한다. 이베이의 재무담당자를 지낸 직원들은 인수합병(M&A), 해외 사업 투자 등 수백억달러를 혼자 주무르는 경험을 한다.

MBA 비켜!…'CFO 사관학교' 이베이
‘이베이 마피아’들은 재직 시절 배운 노하우로 실리콘밸리에서 활약 중이다. 미국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트룰리아의 숀 아가월 CFO는 “월가 전문가들과 분기별 실적 발표 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석했던 경험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의류업체 모드클로스의 제프 쇼츠 CFO는 이베이에서 배운 분석기법으로 공급망 관리를 하고 있다. 온라인 예매사이트 이벤트브라이트의 마크 루바시 CFO는 “경영학에서 배운 결정적 다수 이론이 실제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베이에서 배웠다”며 “이 이론을 중심에 놓으면 다른 전략적인 결정은 쉽게 풀린다”고 전했다.

이베이도 유능한 CFO 양성을 회사의 중요한 미션으로 여긴다. 로버트 스완 이베이 CFO는 “우리는 처음부터 CFO가 되고 싶어하는 인재를 채용한다”며 “회사 안에 뛰어난 인재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에 몇몇 사람이 회사 밖의 기회를 찾아 떠나는 걸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생 벤처 기업들은 직원을 뽑을 때 이베이부터 둘러본다. 경험 많은 CFO를 찾기란 뛰어난 기술자를 찾는 것만큼 어렵지만 이베이 출신들은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광고, 온라인 매장 관리 등을 두루 익혔기 때문에 믿고 뽑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