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부러워 말고 한국적 성공법 만들어야"
“미국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크한다? 듣기에는 좋죠. 하지만 한국은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 없고, 되려 해서도 안 됩니다.”

벤처투자자 출신으로 서울대와 KAIST에서 8년째 벤처 창업에 관해 강의하고 있는 배인탁 서울대 교수(사진)는 최근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스라엘식 창업 모델도 국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며 “국내에서 유망한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을 글로벌화하려면 한국만의 성공 방정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텔캐피탈 등 유명 벤처투자사를 거쳐 중견 휴대폰 기업인 어필텔레콤 사장을 지낸 기업인 출신 교수다. 데일리픽을 티켓몬스터에 성공적으로 매각하고 재창업한 ‘버즈빌’의 이관우 대표 등이 그의 수업을 들었다. 배 교수는 창업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는 모임인 ‘V포럼’을 만들어 세미나, 워크숍, 네트워킹 파티 등도 꾸준히 열고 있다.

배 교수는 “창업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실리콘밸리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지역이며, 이스라엘 벤처기업이 성공하는 것도 유대계 네트워크 덕이 크다”며 “참고삼아 방문해볼 만하지만 그대로 따라하면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한 사례가 국내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문화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입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을 겨냥한 팀을 구성해야 현지 문화를 반영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며 호창성·문지원 대표가 창업해 최근 라쿠텐에 매각한 자막 제작·공유 서비스 ‘비키’를 예로 들었다.

최근 그는 국내 모바일 비즈니스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배 교수는 “글로벌 스타트업은 지난 10여년간 한국이 잘해 온 ‘수출’의 일종이 아니다”며 “정부는 단순한 앱 개발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현지 문화와 네트워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