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창조경제, 5년짜리 프로젝트?
“창업국가란 비전은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었습니다. 아마 그게 가장 큰 성공의 이유였을 겁니다.”

이스라엘 정부의 스타트업(초기벤처) 지원 정책을 총괄하는 아비 하손 경제부 수석과학관이 한 말이다. 그는 지난 17일 현지에서 벤처기업인들과 한 시간가량 간담회를 했다. 하손은 간담회 시간의 상당 부분을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벤처기업 지원정책이 정치적 슬로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예루살렘에서 만난 이스라엘 최대 벤처인큐베이터(벤처육성기업)인 예루살렘벤처파트너스(JVP)의 피오나 다몬 부사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좁은 내수시장, 부족한 자원, 짧은 건국 역사 등 특수한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정책을 모든 나라에 적용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없었다는 게 기업가 등 경제주체들에게 무척 중요했다”고 했다.

이들은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이 자칫 특정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지에서 만난 예루살렘포스트의 한 기자는 “한국에서 지난 정권 때는 녹색성장이 국가 목표였다가 지금은 창조경제가 목표라고 들었다”며 “이번에도 5년짜리 시한부 프로젝트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뒤 수많은 정부 관료와 학자들이 창조경제 모델로 꼽히는 이스라엘에 다녀갔다고 한다. 그들이 무엇을 들었을지 몰라도, 이곳 전문가들의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한국은 한국 실정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단, 한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는 주문이었다.

그 한 가지 원칙은 무엇일까. ‘경제가 어려워져도, 여당과 야당이 뒤바뀌어도, 국제 정세가 변해도,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별게 아닌 듯 보이지만 이스라엘도 이를 지켜내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창업국가를 달성하는 데 30년이 걸렸습니다. 창조경제가 정권 차원의 목표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겁니다.” 하손 수석과학관의 마지막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임원기 경제부/예루살렘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