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청주까지 올라 온 한라봉…아열대 작물 재배지 '북상중'
국립종자원은 이달 초 제주도에 지원을 개설했다. 아열대 작물을 개량해 특허권을 확보하는 게 설립 목적이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중남미에서 나는 국화과 식용열매 아티초크나 남아프리카의 채소 오크라 등의 산지가 한국으로 바뀌었다. 전남·경남 해안까지 아열대 작물의 노지재배가 가능해지면서 매년 100종이 넘는 아열대 작물 특허가 출원되고 있기도 하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녹차밭을 전남 보성에서 강원 고성까지 북상시키는 등 농산물 지도를 바꿔 놓고 있다.

○사철 수확하는 아열대 작물

열대 작물인 망고, 용과 등은 제주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다. 겨울철에만 난방을 하면 무리없이 키울 수 있다. 브로콜리같이 생긴 열매를 먹는 아티초크는 겨울철에도 수확이 가능하다.

제주도뿐 아니라 전남 일대도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09년 38만㎡이던 전남의 블루베리 농장 규모는 지난해 131만㎡로 커졌다. 수입에만 의존하던 아열대 채소류 오크라, 인디언시금치 등은 해남·강진·장흥 일대에 작년부터 12만㎡ 규모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이성주 국립종자원 제주지원장은 “2007년 이후 아열대 작물 신품종 특허출원 신청 건수가 꾸준히 늘어 최근에는 연간 30여개 작물 100여개 품종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천환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센터 연구원은 “제주 전남 경남 해안가는 이미 아열대 기후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아열대 작물은 주로 고급 레스토랑에 납품되거나 인터넷몰 ‘아시아마트’ 등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판매된다. 최근에는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도 증가해 백화점에서도 국내산 아열대 작물을 팔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들어 제주산 ‘패션프루트’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망고와 용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식품관 고메이494에서는 이달 들어 제주산 ‘아테모야(슈거애플)’를 선보였다. 한 박스(3㎏)에 20만원으로 가격은 좀 비싸지만 마니아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주까지 올라온 한라봉

사과 등 주요 작물의 산지는 북상 중이다. 제주 특산물로 유명한 한라봉과 감귤은 이미 충북 청주에서도 생산된다. 대구 등이 주 산지인 사과는 경기 포천, 강원 영월 등에서도 많이 재배되고 있다. ‘보성녹차’로 유명한 전남 보성은 녹차의 주 산지를 강원 고성에 내줄 판이다.

수산물도 심상치 않다. 10월이 제철인 찬물에 사는 낙지는 바다수온이 오르면서 올 들어 수확량이 대폭 감소했다. 반대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꽃게는 올해 풍년이다. 연평도의 올해 꽃게 어획량(900t)은 작년보다 67% 늘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00년대 남해안의 평균 수온은 19.2도로 1970년대에 비해 0.8도 올랐다.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던 갯가재, 홍다리얼룩새우 등 아열대 생물이 남해안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반면 수온이 낮아야 잘 자라는 김 미역 다시마 등은 남해안에서 수확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