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미분양 아파트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한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미분양 아파트 상담을 받고 있다.  /한경DB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미분양 아파트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한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미분양 아파트 상담을 받고 있다. /한경DB
세입자들의 내집 마련 지원을 골자로 한 ‘8·28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에 남아있던 ‘미분양 공공분양주택’ 판매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공공분양주택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SH공사·경기도시공사 등이 택지지구(공공택지)에 제한적으로 내놓는 일반분양 아파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지역 전세난이 심화된 데다 분양가가 민간아파트보다 15% 정도 저렴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양도소득세가 면제되는 등의 세제 혜택도 분양 호조에 한몫하고 있다.

○내집 마련 수요자 관심 고조

전세난에 LH 미분양 '잘 나가네'
11일 LH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1주일에 평균 100~200건 정도 팔리던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달부터 300건을 훌쩍 넘어섰다. 이달 첫주에도 352건의 미분양 아파트가 주인을 찾았다. 덕분에 8000여가구에 달하던 LH 미분양 아파트는 최근 6주간 1600가구 가까이 줄었다.

서울 강남과 연결되는 지하철 신분당선이 들어오는 경기 수원시 호매실지구의 미분양이 이달에만 50여가구 이상 팔렸다. 이어 경기 고양시 원흥지구(35가구) 등 수도권 단지들도 월간 계약률이 20% 이상 높아졌다.

‘4·1 부동산 대책’으로 연말까지 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분양가 6억원 이하 아파트를 계약하면 5년간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공공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공공택지지구에 들어서기 때문에 입지가 양호하다. 분양가도 민간주택보다 싸게 공급하기 때문에 주택경기가 회복되면 시세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경기 성남시 정자동 LH본사에 마련된 통합판매센터에는 최근 하루 평균 100여통 이상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상담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LH 통합판매센터 관계자는 “민간분양과 달리 중도금 납부조건 완화나 분양가 할인 등 혜택이 없음에도 내집 마련을 희망하는 실수요자들의 계약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미분양도 ‘햇살’

공공 분양주택의 미분양 해소는 민간 분양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8월 분양 이후 중대형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발생한 ‘왕십리뉴타운 1구역 텐즈힐’과 ‘수원 아이파크시티 3차’ 등도 계약률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최근 한 달 새 200여건이 계약되는 등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따라 연 1%대 초저금리 공유형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 혜택과 생애최초 주택 구입으로 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도 서울지역 전세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한 사람들에게는 계약금을 낮춰주고 중도금 이자 유예 등 다양한 금융혜택도 제공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서울 응암동 ‘백련산 힐스테이트’와 성남시 ‘중앙동 힐스테이트’ 등도 전세입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계약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팔리기 시작했어도 단기간에 수도권 전체 미분양 총량이 감소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신규 분양이 크게 늘어난 데다 4분기만 해도 수도권에서 46000여가구가 분양대기 중이다. 이들 물량이 단기간에 소화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연초에 3만3784가구였던 수도권 미분양은 지난 8월 말 기준 3만6903가구로 소폭 늘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