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신흥국 성장률 대폭 낮춰…저성장 '경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9%에서 3.7%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도 기존의 3.8%에서 3.6%로 내려 잡았다. <본지 10월4일자 A1,4면 참조>

IMF는 8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은 3.7%로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은 2.8%를 유지했다.

○브릭스(BRICs)의 성장세 급락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내년 신흥국의 성장률 전망을 7월 5.4%에서 5.1%로 끌어내렸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하향 조정이다. 1월 5.9%에서 4월 5.7%로, 7월에는 다시 5.4%로 낮췄다. 이번에 또다시 0.3%포인트 떨어지면서 간신히 5%대를 유지했다.

국가별로 보면 그동안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던 브릭스(BRICs)의 급격한 성장세 둔화가 두드러졌다. 중국의 경우 올 1월까지만 해도 내년에 8.5% 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이번에는 7.3%까지 미끄러졌다. 직전 전망인 7.7%에서 0.4%포인트 낮췄다. 인도는 7월 6.3%에서 5.1%로 무려 1.2%포인트나 떨어졌다. 올해 성장률 전망도 5.6%에서 3.8%로 1.8%포인트 급락했다.

브라질도 내년 성장률이 기존 3.2%에서 2.5%로 떨어졌다.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도 올해 성장 전망이 5.6%에서 5.0%로, 내년은 5.7%에서 5.4%로 하향 조정됐다.

IMF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금융 불안정성이 커졌고, 취약한 경제구조에 따른 잠재성장률 둔화 가능성도 나타났다”고 신흥국의 경제상황을 설명했다.

선진국은 2013년 1.2%, 내년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해 직전 전망인 1.2%, 2.1%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2.7%에서 2.6%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낮은 고용률과 재정긴축 등이 경제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올해 -0.4%에서 내년에는 1.0%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한국에도 직접적 영향

세계 경제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도 3.9%에서 3.7%로 내려앉았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에 대해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경기 둔화라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단서를 붙였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구조상 세계 성장세 둔화와 함께 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신흥국 위기 등으로 세계 경기 회복이 늦춰지는 상황에서 거꾸로 한국만 성장률이 오르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냐”며 “하향 조정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10월 금통위에서 성장 전망을 낮출 가능성도 커졌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낙관론의 근거였던 미국 경제가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경우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IMF를 포함한 모든 기관의 전망을 합리적으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은까지 내년 성장률을 낮추면 정부가 예산안 편성 기준으로 잡은 3.9%와의 괴리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 경우 자칫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낙관적 재정전망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세입 여건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