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첫 증여세 신고 1859억원
이중과세 논란을 빚으며 올해 처음 부과되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의 베일이 벗겨졌다.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세수를 초과했지만 과세 취지는 흐려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대기업 대주주가 신고자의 1.5%에 불과한 반면 전체 신고자의 98.5%, 납부세액의 56.9%가 중소·중견기업 주주에 몰렸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 7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신고’ 안내문을 보낸 1만658명의 기업인 가운데 96.9%인 1만324명이 증여세 1859억원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2011년 말 관련 세법을 개정할 당시 추정한 1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기준은 △계열사와의 거래로 혜택을 입은 법인의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 가운데 △수혜 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이 있고 △수혜 법인과 특수관계 법인 간의 거래가 매출 대비 30% 이상이면서 △수혜 법인에 대한 오너 일가의 주식 직·간접 보유 비율이 3%를 초과하는 경우다.

첫 신고에서 드러난 과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고된 금액(세액)의 절반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했다는 점. 1인당 평균 신고금액은 대기업 주주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납부자 기준으로는 중견·중소기업 주주가 절대 다수였다.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대주주는 전체 신고자의 1.5%인 154명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1507개 일반법인(중견기업)의 대주주 2332명은 전체 신고 세액의 41.7%인 776억원을 신고했다. 신고자 수 기준으로도 22.6%에 달한다. 4405개 중소기업 대주주 7838명은 신고금액의 15.2%인 282억원을 신고했다.

대기업 대주주 중 과세 대상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주주가 1.5%에 불과하다면 과연 일감 몰아주기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맞는지 되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수가 예상을 초월했다는 것 역시 정부가 비판받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실제로 이번에 예상보다 200개가량 많은 기업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여기에 공제 비율 변화로 내년부터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반발이 일고 있다. 올해는 증여로 간주하는 이익을 계산할 때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비율에서 30%를 공제하고 남는 거래의 이익에 세금을 물리지만 내년부터는 공제 비율이 15%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경우 더 많은 이익이 과세 대상으로 잡혀 증여세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중소기업은 과세 대상이 줄어든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과세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대기업을 제재한다는 도입 취지와 다른 결과가 나온 만큼 중소·중견기업 모두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