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땐 '열공'…중년되면 '바닥'
컴퓨터 활용 등 한국 성인의 사회적 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은 매우 우수하지만 55세 이상 장년층의 능력이 크게 뒤진 때문이다.

OECD가 8일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16~65세 한국 성인의 언어능력은 OECD 평균 수준이지만 수리력과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은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쉐라톤그랜드호텔에서 다음달 5~7일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은 6일 특별세션Ⅱ(OECD 제안:한국의 차세대 인재전략)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한국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성인 역량 첫 국제 비교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조사에 참가한 23개국의 15만7000명(한국 6700명)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평가에서 한국 성인의 ‘언어능력’은 평균 273점(500점 만점 기준)으로 OECD 평균과 같았다. 23개국 중 11위다.

그러나 선거 득표율로 당선자를 추론해내는 등 수학적 정보로 소통하는 능력인 ‘수리력’은 263점(15위)으로 평균(269점)에 못 미쳤다. 인터넷으로 식당을 예약하는 등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에서는 상위 수준(4단계 중 상위 2단계)에 속하는 사람 비율이 30%(15위)로 역시 평균(34%)보다 낮았다. 컴퓨터를 사용한 경험이 없어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을 평가하지 못한 사람은 15%로 평균(9.3%)보다 높았다.

한국이 OECD 평균보다 낮은 이유는 세대 간 격차가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컸기 때문이다. 젊은 층(16~24세) 조사에서는 언어능력 292.9점, 수리력 280.9점으로 OECD 평균인 279.6점과 271.3점을 웃돌며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 상위권 비율은 63.5%로 평균치(50.7%)를 크게 앞서며 1위에 올라섰다. 반면 55세 이상은 세 부문 모두 최하위권으로 밀려 한국의 전체 평균을 끌어내렸다. 최영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고도 압축 성장을 하면서 역량을 소진한 중장년층이 재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학교 3학년(만 15세)을 대상으로 2009년 기준으로 조사해 2010년 발표한 OECD 학업성취도국제비교연구(PISA)에서 한국은 읽기와 수학은 1위, 과학은 3위를 차지했다. 최 연구위원은 “중장년층에서 한국인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조사에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기업 등이 장시간 근로는 중시하는 반면 재교육은 등한시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북유럽 높고 영·미 등 낮아

PIAAC는 노동시장, 교육 및 훈련과정, 사회생활 등에서 필수적인 요소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본 핀란드 네덜란드 등이 골고루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임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육과 성인학습 시스템을 잘 갖춘 북유럽은 높게 나온 반면 거주자를 기준으로 조사하다 보니 이민자가 많은 미국 독일 등은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의 최종 학력이 현 직장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높은 사람의 비율인 ‘학력 과잉’은 한국이 21.2%로 OECD 평균(21.4%)과 비슷했다. ‘학력 부족’은 10.7%로 평균(19.2%)보다 낮았다.

글로벌 인재포럼 특별세션에서는 이번 PIAAC 첫 결과 등을 토대로 한국의 교육·노동훈련 수준을 평가하고 인재 육성 전략을 새롭게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좌장인 정봉근 서울대 글로벌교육협력 초빙교수는 “평생학습과 직업능력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성인역량조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로 각국 성인의 사회적 능력을 평가하는 조사. 글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언어능력, 수학적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수리력, 컴퓨터를 업무에 활용하는 컴퓨터기반 문제해결력 등 3개 지표로 구성되며 5년 단위로 조사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