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동양 CP사태 부담느꼈나…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춘천서 서울로
동양시멘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여부가 동양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투자자 피해 논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일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을 받은 춘천지방법원은 4일 심리를 중단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주)동양 등 5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가 판가름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현 회장은 법조계 출신인데다 오랜기간 삼척화력발전소 사업 유치를 위해 지역 여론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춘천지법에서 처리하기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어떻게 될까

동양증권 임직원들은 그룹 측에서 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565억원어치를 발행, 판매하도록 해놓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사기’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3일 저녁 담당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급박한 자금사정으로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했다며 철회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중앙지법이 동양시멘트 등 5개 계열사 법정관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CP 논란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좋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하면 ‘공’은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으로 넘어올 수 있다. 춘천지법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현안이다 보니 보다 합리적이고 전문적, 효율적으로 처리할 방안을 모색한 끝에 사건을 서울로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개인투자자 3000여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고 법정관리인으로 현 경영진 배제 등을 요청했다. 이경섭 비대위 위원장은 탄원서 제출 후 “비대위의 대표성을 확보해 법정관리 과정에서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관리인을 세우는 데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M&A설 동양증권 주가 ‘급등락’

동양그룹 오너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에 대한 금융당국과 시장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동양그룹 오너인 이혜경 부회장이 법정관리 신청 당일 동양증권 대여금고에 보관한 현금을 인출해 갔다는 의혹과 관련, “사실이라면 응분의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동양증권이 불완전 판매를 한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동양증권 노조는 현 회장을 사기 혐의로 오는 8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노조는 현 회장에게 사재를 털어 개인투자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하라고 요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동양 계열사 법정관리 사태와 관련, 현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이승국 전 동양증권 사장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편 동양증권 주가는 이날 롯데그룹의 인수설로 한때 상한가에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가 전일 대비 5.35% 상승한 2560원에 마감했다. 이에 대해 롯데는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양인터내셔널은 보유하고 있던 동양증권 주식 509만4330주(3.7%)를 지난달 30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안대규/양병훈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