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중동지역 철도 수주경쟁 심화…기술·교섭력이 관건
현대로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철도차량 시장은 대체 운송수단 발달과 함께 한때 하향산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개발도상국 경제성장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으며 재차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절감 노력, 고부가가치 교통수단의 수요 증가에 따른 고속화 및 고급화로 인해 기술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매출의 다른 한 축을 차지하는 플랜트부문에선 환경설비 분야가 돋보인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높아지고 있고, 관련 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빠른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

○선진·후발주자 격차 감소


세계적 철도차량업체인 프랑스 알스톰에 따르면 세계 철도차량 및 설비시장은 2007~2008년 연간 약 950억유로(약 137조원)에서 2012~2014년에는 연간 약 1090억유로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시장 선도업체는 캐나다 봄바르디아와 알스톰이다. 최근 사업연도 기준으로 봄바르디아는 약 9조2000억원, 알스톰은 7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00억원, 4000억원 수준이다.

철도차량 사업에선 기술력은 물론 시장 지배력에 근거한 대외교섭력이 현금흐름을 좌우한다. 봄바르디에의 경우 매년 영업이익(EBIT)과 비슷한 수준의 잉여현금흐름(FCF)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수한 시장 지위를 활용해 계약 후 자금이 결제되는 기간을 단축시킨 결과다. 막대한 사업자금이 들어가는 철도차량 사업에서 결제조건은 운전자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자금 부담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을 가져가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현대로템은 국내 수주금액 기준 90% 이상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세계 35개국에 철도차량 등을 수출하고 있다. 아직 선두업체들과의 격차는 크다. 지난해 철도부문 매출은 약 1조6000억원으로 최상위 업체들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시장지위 격차는 좁혀가는 추세다.

○신흥시장 수주경쟁 심화


세계 철도차량 시장은 역동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풍부한 내수 물량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온 중국업체 등 아시아의 후발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선진업체들에 강력히 도전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CI페르케어에 따르면 ‘빅3’로 불리는 봄바르디아, 알스톰, 지멘스와 중국의 CNR(중국북차집단), CSR(중국남차집단) 등 상위 5개 업체가 세계 시장의 절반 정도를 점하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현대로템은 전동차 부문 등에서 선두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점유율은 2%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현대로템 매출 중 수출이 내수를 웃돌기 시작한 것이 2010년부터여서 향후 성장 여지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대규모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하는 브라질 등 중남미와 독립국가연합(CIS),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철도 투자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선진국 업체들과 신흥국 업체들 간 각축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자동차·제철설비는 성숙

세계 플랜트 산업은 설비 분야별로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석유·가스, 정유·화학, 발전, 담수, 해양시설의 비중이 높고 산업시설과 기자재 등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자원 개발 강화, 신흥국들의 산업화 및 경제 발전 등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로템이 주력하고 있는 자동차 및 제철설비 분야는 글로벌 전방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높은 성장세를 누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기반 수요를 바탕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꾸준히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수(水)처리 기술에 기반한 환경설비 분야가 향후 현대로템 플랜트부문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인구 증가와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물 수요 증가로 수자원에 대한 관리 및 규제 강화가 요구되고 있어서다. 환경설비 분야는 세계 각 지역에서 설비 발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승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 sglee@korearating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