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창업 가로막는 상가건물 규제 확 풀린다
직장인 김영식 씨(38)는 최근 회사를 그만둔 뒤 ‘케이크 만들기 가게’를 차리려고 아파트 상가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구청에 문의한 결과 “케이크 만들기 가게는 신종 업종이어서 주택가 허용 시설인지 판단이 어렵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제과점으로 봐야 할지, 학원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제조업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씨처럼 서민들이 창업 과정에서 복잡한 규제로 겪는 고충을 풀어주기 위해 정부가 건축제도 개선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서민 창업과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건축제도 개선안을 마련, 연말께 시행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우선 ‘나열식’으로 돼 있는 주택가 중소형 상가의 분류 방식을 ‘포괄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예컨대 허가시설을 현재는 ‘제과점, 음식점’ 등으로 열거해 놓았지만 앞으로는 ‘음식료 관련 시설’이란 포괄적 용어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업종이라도 공무원이 허가 여부를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인허가권자가 판단하기 곤란한 신종 업종이 나타날 때는 국토부 장관이 수시로 고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화순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앞으로 고민상담방·파티방·키즈카페·실내놀이터 등과 같은 신종 업종도 주택가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또 건물에 들어설 수 있는 한 업종의 면적 제한도 ‘전체 합산’ 방식에서 ‘소유자별 합산’ 방식으로 바꾼다. 예를 들어 어떤 건물에 학원이 면적 한도(500㎡)까지 이미 들어서 있더라도 소유자만 다르면 학원이 더 들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후발 창업자도 손쉽게 상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업종별 면적 상한 기준도 단일화한다. 기존에는 당구장은 500㎡까지, PC방은 300㎡까지 각각 허용하는 등 업종별로 제각각이었다. 이 때문에 500㎡ 규모의 당구장을 인수해 PC방으로 업종을 바꾸려면 300만㎡까지만 쓰고 나머지는 다른 용도로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는 서민들이 주로 창업하는 판매·체육·문화·업무시설은 면적제한 기준을 500㎡로 단일화할 예정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건물에 입주 가능한 업종의 면적 상한을 완화해준 것은 신규 상가 분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두 개의 업종만을 모아 이른바 ‘특화상가(테마상가)’를 만들 수도 있고, 분양이 잘 안 되는 꼭대기층 점포도 분양이 용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