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조선왕 중 최고의 리더는 누구일까
세종은 스물두 살에 왕위에 올랐다. 오랜 가뭄으로 강이 마르고 전 농토의 절반이 황무지가 된 상황. 백성의 3분의 1은 기아에 시달리다 죽거나 유랑민이 됐다. 세종은 이런 난국을 앞에 두고 왕좌의 존재 이유를 백성의 행복에서 찾았다. 양반뿐만 아니라 조선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려고 했다. 그 결과 태평성대를 이뤘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배우는 리더의 품격》은 리더라는 프레임으로 조선의 왕을 바라본 책이다. 조선의 왕들은 리더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고, 리더로서의 교육을 받았고, 리더로 살아가야 했다. 리더의 삶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올바로 실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명을 거부하지도 못하고 되는 대로 산 사람도 있다. 세종과 달리 자신을 비운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거나 권력을 남용한 임금도 존재했다.

저자는 조선의 왕을 8가지 유형의 리더로 구분한다. 백성과 왕의 정체성을 일치시켜 삶의 현장을 중시하며 백성과 소통한 ‘위민의 리더’(세종·정조),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을 결과로 말하는 ‘결과 중심의 리더’(태종·세조), 신하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가치 공유의 리더’(성종·영조) 등은 긍정적인 유형의 리더들이다.

[책마을] 조선왕 중 최고의 리더는 누구일까
반면 공과 사의 구별이 없는 ‘군림형 리더’(연산군·중종·숙종)와 정종·문종·단종·예종·인종·명종·현종·경종 등 무기력하고 질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권리와 의무를 저버린 리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주변인이 되는 ‘자유 방임형 군주’(순조·헌조·철종), 현실성 없는 명분에 집착하는 ‘더불어 꿈꾸는 미래가 없는 리더’(선조·인조·효종·고종·순종) 등도 있었다. 책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각각의 왕들이 어떤 리더십을 펼쳤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리더는 내 삶을 나의 뜻대로 살고 싶은 사람 모두를 말한다”며 “그 반대는 내 인생을 의지와 무관하게 노예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리더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의 자취를 좇아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