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양그룹의 계열사 신용등급이 재차 하향 조정됐다.

동양그룹 지주회사 격인 동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이주일 여만에 깎인 것. 펀드런(자금인출) 사태를 겪고 있는 동양증권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26일 한국신용평가는 동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11일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낮춘 뒤 이주일 여 만이다.

동양증권의 후순위채 신용등급도 기존 'BBB+'에서 'BBB'로 낮췄다.

아울러 모두 하향 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려 추가적인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피력했다.

동양매직 매각 등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자구노력이 성사되더라도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상황이란 분석이다.

권기혁 한신평 연구위원은 "오리온그룹의 지원이 무산된 이후 동양이 자산매각 외에 유동성 확충을 위한 별다른 대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동양파워 지분 매각도 고려되고 있지만 매각금액과 시기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현재 자금경색을 해소하는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양증권 인출 사태나 최근 회사채 발행 취소 등에 비춰 기존 회사채 및 기업어음의 차환발행 중단에 따른 채무불이행 위험이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5일 동양은 금감원의 제동 등을 반영,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동양증권의 신용등급 강등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중심으로 자금이탈이 현실화되면서 영업기반 약화, 수익창출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25일 사흘간 동양증권 CMA와 예탁금 등의 인출 규모는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투자자 보호시스템,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등을 감안할 때 자금인출로 인한 급격한 유동성위험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한신평은 평가했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동양 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 11일 동양 회사채에 대해 NICE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낮췄고 한기평도 'B+'를 제시한 바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