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중년들 '밴드'로 뭉쳤다
네이버의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밴드’가 지난달 15억회의 구동 횟수로 세계 폐쇄형 SNS 중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모바일 분석업체 플러리에 따르면 밴드의 월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구동 횟수는 지난 1월 1억7000만회에서 8월 15억회로 7개월 사이에 980% 증가했다. 구동 횟수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앱을 실행한 횟수로 사용자들이 얼마나 자주 앱을 쓰는지 가리키는 지표다. 2위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된 ‘패스’로 월 10억회를 기록했다.

○제2의 아이러브스쿨 되나

스마트 중년들 '밴드'로 뭉쳤다
2012년 8월 네이버의 자회사 캠프모바일에서 개발한 밴드가 출시 1년 만에 ‘카카오톡’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가입자는 1600만명(해외 300만명 포함)으로 1억명이 넘는 카톡에 비해 적지만 폐쇄형 SNS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은 지난달 28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최근 1년 동안 밴드 이용자 수는 10배 이상 증가해 스마폰 이용자의 3분의 1이 밴드를 쓰고 있다”며 “한 사람당 평균 이용시간도 월 40분에서 110분으로 두 배 이상 늘어 카카오톡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밴드는 처음에 대학생들의 조모임용으로 기획됐다. 같은 조원끼리 대화하고, 약속을 잡고, 전화번호를 공유하는 용도였다. 하지만 같은 모임에 속한 사람끼리만 대화와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가족 친구 연인 직장동료 반상회모임 등 현재까지 만들어진 밴드가 690만개에 이른다.

지난달 20일 ‘동창찾기’ 기능이 새로 추가되면서 ‘제2의 아이러브스쿨’이 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원미 네이버 언론홍보팀 과장은 “학교명 또는 학번 등 동창 관련 키워드 점유율이 높아 이용자들이 동창밴드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다”며 “동창밴드 기능 추가 이후 하루에 20만개의 밴드가 새로 만들어지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기능을 최소화하고 사용법을 단순하게 만든 덕분에 40~50대 이용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용범 씨(54)는 “처음에는 카톡 단체방에 고교 동창방을 만들었는데 몇몇 친구가 대화를 독점하거나 지난 얘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최근 밴드로 옮겨왔다”고 했다.

○폐쇄형 SNS 인기

페이스북 트위터 등 공개용 SNS를 쓰면서 느끼는 ‘SNS 피로감’이 문제가 되면서 폐쇄형 SNS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최근 만 14~39세 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SNS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내 사생활과 솔직한 글이 노출될까 걱정된다’고 한 응답자가 51.8%로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제한된 수의 사람과 친구 관계를 맺는 SNS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2010년 11월 나온 미국의 패스로 150명까지만 친구를 맺을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1000만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밴드(1600만다운로드)에 이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SK컴즈도 지난달 말 50명까지만 친구를 맺을 수 있는 ‘데이비’를 새로 내놓았다. 50명을 채운 상태에서 새 친구를 추가하려면 가장 친하지 않은 친구는 ‘옛친구’가 돼 더 이상 자신의 글을 볼 수 없게 된다. SK컴즈 관계자는 “중·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 대학 때 친구, 직장에서 친한 사람 등 나이를 먹고 주변 환경이 변하면 친한 사람도 바뀌는데 기존의 SNS는 한번 친구가 되면 영원히 SNS 친구로 남게 돼 이용자들이 SNS 자체를 안 하게 되는 원인이 됐다”며 “데이비는 그때그때 친한 사람과만 일상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