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지. 비영리 민간단체 세계유산기금은 2010년 “매년 수십만명의 방문객이 앙코르 유적을 오르내리며 원래의 석조물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한경DB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지. 비영리 민간단체 세계유산기금은 2010년 “매년 수십만명의 방문객이 앙코르 유적을 오르내리며 원래의 석조물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한경DB
전 세계의 항공 마일리지를 액수로 환산하면 미국 달러 유통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세계 인구 열 명 중 한 명은 관광산업에 고용돼 있고, 산업의 경제력으로 따지면 석유·에너지산업, 금융, 농업과 같은 수준이다. 태국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은 관광산업을 희망으로 여기며 프랑스 같은 부자 나라에서도 관광산업은 적게 잡아 국민총생산의 7% 정도를 담당한다. 원래 ‘개인의 여정’ 정도의 의미로 출발했던 관광이 지구촌의 가장 거대한 ‘산업’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책마을] 거대 산업이 된 관광의 빛과 그림자…여행자에겐 힐링, 자연엔 킬링
《여행을 팝니다》는 저자가 직접 돌아다니며 취재한 각국의 관광산업 현실을 조각 삼아 세계 관광산업을 큰 그림으로 담아낸 책이다. 프랑스 캄보디아 두바이 중국 미국 등의 관광산업 역사부터 명과 암, 당국의 고민을 폭넓게 담았다. 어떤 국가는 역사와 전통을 보존함으로써 관광객이 더욱 많아지는 선순환 궤도에 올랐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찬란한 문명을 각종 개발로 파괴하면서도 이권은 관료들의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가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저자는 프랑스 관광산업을 전자의 모범적 사례로 소개한다. 1936년 사회주의자 총리 레옹 블룸이 세계 최초로 국민에게 2주간의 유급휴가를 주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본의 아니게’ 관광을 산업으로 만들었던 프랑스는 ‘가장 프랑스다운 것’을 팔아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보르도에는 번쩍번쩍한 관광시설이 없지만 사람들은 이 지역의 와인 외에도 분위기를 소비한다. 자동차 대신 걷거나 전차를 타고, 석양을 즐기도록 도시를 설계했다.

하지만 관광을 노리고 도시 계획을 짠 건 아니다. 스테팡 들로 보르도 부시장은 “도시를 소생시키는 게 목적이었지 관광객을 불러들이려고 노력한 게 아니었으며,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했다”고 말한다. 프랑스 당국은 농업 또한 관광산업의 선순환 속에서 보호한다. 해당 지역의 친환경 농법을 장려하고, 그렇게 길러진 좋은 식재료를 다시 관광산업의 무기로 써먹는 식이다.

캄보디아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는 관광산업이 가난을 탈출시켜줄 거라 믿지만, 정작 관광 자원 개발은 보호해야 할 문명을 파괴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앙코르와트의 도시 시엠레아프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호텔들이 지하수를 마구잡이로 끌어다 쓰는 탓에 사원의 지반은 계속 침하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참여한 개발의 이익은 그 기업과 뒤를 봐준 관료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반면 원주민들은 빈민촌으로 내몰리거나 섹스관광의 희생양이 된다.

저자가 유럽·미국 중심주의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그는 코스타리카와 잠비아의 생태관광을 보존과 산업이 함께 발전하는 사례로 삼고, 베네치아가 원주민의 삶을 파괴했다고 말한다. 미국은 아예 관광을 산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여행자가 관광지의 민중을 착취한다는 식의 개인적인 ‘공정여행’을 주장하는 것 또한 아니다.

결국 그의 얘기는 세계 경제에서 대단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은 철저히 산업적으로 봐야 하며, 그런 만큼 파괴적 개발이 아닌 원주민과 관광객, 해당 국가 경제가 선순환하는 산업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여행은 그 자체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여행과 관광산업은 좋거나 나쁜 영향을 미친다. 어떤 결과를 내느냐는 정부에 달려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관광산업에 대한 글로벌 리포트’다. 읽고 나면 세계 관광산업의 현주소가 그려진다. 물론 저자가 그린 그림이 현실을 완벽하게 반영하는 건 아닐 것이다. “세상에는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저자가 비판하는)관광에 큰 희망을 건 빈곤층이 수천만명이나 된다”는 독자의 지적도 저자 스스로 소개한다. 그렇다고 이 책의 의미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저자가 보고 들은 것을 이해하고 이면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독자의 또 다른 몫이 아닐까.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