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최고의 명의는 바로 '나 자신'
날마다 수많은 사람이 약 복용이나 수술 결정을 놓고 고민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예방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고, 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선택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건강과 삶에 직결되는 이런 결정은 참으로 어렵다. 의사의 권고, 전문가의 소견, 헷갈리는 통계 수치, 서로 상반되는 보고서, 친구의 충고, 인터넷 정보, 끊이지 않는 제약회사의 광고 등 우리 주변에 치료 관련 정보가 넘쳐나는 탓에 더 그렇다. 우리는 자신에게 딱 맞는 치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버드 의대 교수인 제롬 그루프먼과 패멀라 하츠밴드는 《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에서 바로 그 정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의사나 전문가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고 말한다. 환자가 올바른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근거 있는 사례와 이론을 들어 알려준다.

저자들은 치료 결정 과정에서 고민과 갈등을 겪었던 수십명의 환자와 의사들을 인터뷰했다. 이 가운데 환자가 내리는 의료 결정에 구체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야기를 선별해 소개한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의사 사이에 벌어지는 복잡한 상황을 실감나게 전해준다.

이 책은 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내·외적 요인과 오류를 분석하고 세세히 살핀다. 저자들은 결론적으로 무엇보다 환자 자신으로부터 올바른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전문가나 의사의 처방에 맹목적으로 의지하기보다 스스로가 치료에 대한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들이 자신의 치료에 대한 의사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수치와 통계에 근거한 ‘표준화된 치료법’이나 ‘병원 시스템 중심의 진료’를 경계한다. 같은 병이라도 환자 각각의 신체적 차이만큼이나 치료 결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 각자는 유전자 조합과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고유한 존재이며 건강을 유지하거나 되찾는 길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진단과 치료 과정이 환자 위주가 아닌 병원 시스템 위주로 기울 때, 환자와 의사 사이가 밀접해질 때 가능한 ‘환자 자신에게 꼭 맞는 치료’는 더 어려운 일이 된다고 지적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