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열풍] 가속페달 밟는 '두바퀴 산업'
[자전거 열풍] 가속페달 밟는 '두바퀴 산업'
자전거가 진화하고 있다. 두 바퀴를 체인으로 연결한 단순한 형태의 자전거가 5~7단 기어를 단 자전거, 접이식 자전거, 산악용 자전거 등으로 발전하더니 요즘은 ‘하이브리드 자전거’ ‘전기자전거’ 등으로 변신하고 있다. 가까운 곳을 오가는 데 쓰거나 어린이 놀이용으로 타던 자전거가 이제는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재탄생했다. 자전거를 고르는 취향도 까다로워졌다. 주말에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무게가 덜 나가고 강하면서 세련된 자전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더 가볍게, 더 강하게, 더 고급스럽게’가 요즘 자전거 트렌드다.

‘산악+도로용’ 하이브리드 자전거 열풍
35만~40만원…삼천리·알톤 등 신제품 경쟁


성인들이 최근 가장 많이 찾는 자전거는 산악용 자전거와 도로용 자전거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산악용 자전거처럼 핸들이 일자(一字) 형태로 돼 있어 잡기가 편하며 안정감 있게 달릴 수 있고, 도로용 자전거처럼 크고 얇은 타이어를 장착해 주행감과 속도감이 뛰어나다. 하이브리드 자전거 매출은 2010년엔 전체 매출(어린이용 포함)의 1~2%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급증해 지금은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자전거 가격은 소재가 가볍고 녹이 잘 슬지 않을수록 비싸다. 일반형 하이브리드 자전거 가격은 35만~40만원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자전거 ‘바운스’. 핸들은 산악용처럼 일자여서 잡기 편하고 타이어는 도로용처럼 얇아 속도감이 난다.
하이브리드 자전거 ‘바운스’. 핸들은 산악용처럼 일자여서 잡기 편하고 타이어는 도로용처럼 얇아 속도감이 난다.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 등 국내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제품을 많이 만든다. 프레임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고 전체 무게는 12~13㎏ 정도다. 하이브리드 자전거 시장의 대부분이 ‘일반형’이다. 전문가용으로 넘어가면 가격이 100만~200만원으로 뛴다. 알루미늄 이외에 티타늄이나 카본 등 가벼운 소재를 일부 적용했다. 무게는 8~9㎏으로 일반형에 비해 30%가량 가볍다. 국내 업체와 외국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다.

외국업체, 1000만~3000만원 초고가 시장 공략

고가품은 1000만원을 넘는다. 자전거 프레임 전체를 티타늄이나 카본으로 만든 제품들이다. 무게도 6㎏ 정도로 일반형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 시장은 해외 업체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 일본 ‘야마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1000만~3000만원대 고가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고가품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생겼다. KT렌탈은 지난 6월부터 독일 고급 자전거 ‘스톡’ 브랜드 제품을 빌려주고 있다. 스톡 대표 모델인 ‘아르나리오’ 가격은 1100만원이다. 매달 18만원(3년 기준)을 주고 빌려 쓸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크로몰리(크롬과 몰리브덴을 합쳐 만든 소재) 등 신소재를 적용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알루미늄보다 약간 가벼우면서 내구성은 뛰어나다.

작년 1만3000대 판매 ‘전기자전거’ 급성장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 진출…현대차도 개발 추진


전기자전거는 국내에서 2009년 삼천리자전거가 ‘에이원’이라는 제품을 처음 내놓았다. 2011년엔 5000여대에 그쳤던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은 지난해 1만3000대로 늘었고 올해 2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전거의 절반 정도가 중국 미국 일본 등에서 들어오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출퇴근용으로 인기가 높다. 한번 충전하면 최대 70~80㎞까지 간다. 전기값도 한달에 (1일 1회 충전 기준) 1000원 정도여서 출퇴근용으로 자전거를 타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수요가 늘면서 평균 200만원이 넘던 전기자전거 가격도 최근 100만원대로 떨어졌다.

전기자전거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지난해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 ‘만도풋루스’를 내놨다. 현대자동차는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구동하는 자전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자전거 ‘유니크20’. 일반 전기자전거와 달리 배터리가 자전거 프레임에 내장돼 있다.
전기자전거 ‘유니크20’. 일반 전기자전거와 달리 배터리가 자전거 프레임에 내장돼 있다.
배터리는 자전거 짐받이 뒤에 달려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자전거 프레임 속에 배터리를 넣어 외관이 깔끔해진 제품도 나오고 있다.

전기자전거 무게는 평균 23~24㎏으로 하이브리드 자전거의 두 배다. 배터리 때문이다. 무게를 줄이면서 충전 용량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국내에서 만든 전가자전거 가운데 가장 가벼운 제품은 알톤스포츠의 유니크20(17.3㎏·최대 주행거리 60㎞)다.

20~30대 겨냥 노란색·보라색·주황색 등 원색계열 많아
타이어 보호용 휠커버도 다양한 디자인으로 활용


디자인도 자전거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예전에는 검은색, 파란색 등 단조로운 색깔로 이뤄진 제품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노란색, 보라색, 주황색 등으로 다양해졌다. 강렬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을 줘 20~30대 젊은 층과 여성에게 인기다.

타이어를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나왔던 휠커버도 다양한 디자인으로 활용되고 있다. 휠커버를 뒷바퀴에 부착하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자전거를 바꾸는 튜닝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디자이너가 직접 참여해 만든 자전거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엔 유명 패션디자이너 고태용 씨가 자전거 생산업체 에이모션과 손잡고 ‘고태용 패션 자전거’를 내놨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