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소득이 17만원만 넘으면 연 10% 이하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 시중은행에서 나왔다. 재직증명서나 사업자등록증이 없어도 소득이 있는 것만 증빙하면 돈을 빌릴 수 있다.

국민은행은 기존 서민대출 상품 ‘행복드림론2’의 조건을 최근 이같이 완화했다. 연간 소득이 200만원만 넘으면 누구나 대출받을 수 있다. 한 달 기준 16만6000원의 소득만 있으면 된다. 소득 증빙 서류만 갖고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기존 서민 전용 대출 상품이 홍보 부족으로 실적이 미미한 가운데 새로운 상품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 200만원 소득자도 대출 받을 수 있다

○퀵서비스 배달부, 일용직 대상

시중은행들이 서민 전용으로 내놓은 대출상품은 재직증명서나 사업자등록증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들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이런 지적을 감안해 기존 서민대출 상품이던 ‘행복드림론2’의 조건을 완화했다. 재직증명서나 사업자등록증 없어도 돈을 빌릴 수 있게 했다. 퀵서비스 배달부,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 등도 대출받을 수 있다.

소득 기준과 금리 요건도 완화했다. 이전에는 연간 소득 3000만원 이하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 15% 수준의 금리에 500만원 한도에서 돈을 빌려줬다. 최소 연간 800만~900만원은 벌어야 대출이 가능했다. 새로 출시된 상품은 소득 기준을 연 2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이만한 소득이 있다는 것만 증명하면 대출받을 수 있다. 금리도 연 5.69~10.48%로 내렸다. 대출 기간은 최장 5년이다. 조기 상환 수수료도 없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500만원을 최장 5년간 빌렸을 때 갚아야 하는 한 달 평균 원리금이 최고 13만8000원가량”이라며 “저소득자라도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취지 살리려면 적극적 홍보 필요

은행에서 이런 상품이 나온 건 파격적이다. 감독당국이 종용하는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들이 그동안 내놓은 중금리 서민대출상품의 실적이 미미해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우리희망드림소액대출’을 선보였다. 금리는 연 8.74~12.74%로 저축은행 등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지난 21일 기준 대출 잔액은 12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8월 내놓은 ‘새희망드림대출’도 금리가 연 12~14%지만 잔액은 55억9700만원에 그치고 있다. 하나은행의 ‘이자다이어트론’(금리 연 4.68~7.02%)도 13억6000만원을 가까스로 넘겼다. 국민은행의 ‘행복드림론2’는 5억원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던 탓이 크다. 국민은행도 ‘행복드림론2’의 조건을 완화했을 때 공식적으로 이를 알리지 않았다. 감독당국의 권유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민대출상품을 생색내기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신용·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리스크가 커 대출을 늘리지 않으려는 의도도 작용했다.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왕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내놓은 만큼 이를 적극 알려 서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