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리던 모시잎 1kg으로 떡 만들었더니 1만5000원 수입 생겼어요"
고령인력 활용해 '옛맛' 재현…직접 키운 농작물만 사용…신뢰 높여 재구매율 100%
접었던 모시농사 다시 시작…도시 초등학생 견학 늘고 日·獨서 노하우 배워가기도
“일자리 생기니 마을도 화목해져”
모시는 원래 옷감 재료로 쓰였지만 남부지방에선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쌀과 함께 갈아 떡, 식혜, 한과 등을 해먹었다.
경제가 발전하며 자취를 감췄던 모시송편은 ‘칼슘과 항산화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인기 특산물로 되살아났다. 달고개마을의 모시송편은 모시잎 함량을 40% 이상 크게 늘려 색이 진하고 향이 짙은 게 특징이다. 특히 주재료를 모두 주민이 직접 재배한 것만 사용해 신뢰를 높여 재구매율이 100%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마을사람들은 그간 ‘돈벌이가 안 된다’며 접었던 모시농사도 다시 시작했다. 양만규 모시체험마을 추진위원장(71)은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모시잎을 이용해 송편 등을 해먹었다”며 “맥이 끊어진 모시송편을 되살려보자며 시작한 것이 마을의 중요한 소득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모시송편이 처음부터 잘된 건 아니다. 1997년 한국가톨릭농민회 회장을 맡는 등 젊은 시절 농민운동에 나섰던 양 위원장은 2008년 모시송편 사업을 제안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을사람은 반신반의했고, 일곱 가구만 힘을 보탰다.
어렵게 시작한 모시송편 사업이 2011년 매출 1억원대로 성장하자 대부분의 가구가 송편을 만들겠다며 손을 들고 나섰다. 백승화 부녀회장은 “돈을 많이 벌기보다 다같이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여럿이 모여 즐겁게 떡을 빚으면서 마을이 몰라보게 화목해졌다”고 말했다. 모시마을 사람들은 모시송편 체험관에서 합동 생일잔치도 열고 있다.
“떠난 젊은이들 다시 돌아오라”
모시마을 모시송편의 성공 비결로는 고령인력 활용이 꼽힌다. 모시송편을 기억하는 할머니들이 모여 옛 모습 그대로의 떡을 재현해낸 것이다. 양 위원장은 “생산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최신 기계나 젊은이가 할머니들의 손맛을 살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촌공동체 소득창출사업으로 인정받아 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모시마을 사람들은 냉장 포장장치를 마련,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모시송편으로 올린 소득은 마을의 복지사업에도 쓰인다.
이처럼 모시송편이 성공을 거두자 다른 마을에서도 모시마을을 배우자고 나섰다. 이달에만 전북 임실군 등 세 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다녀갔다. 대도시 초등학생이 견학을 오고 일본, 독일 교수들도 방문했다. 모시송편의 매출 증가율도 주목받았지만 노인들이 모여 다같이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다.
모시마을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젊은이들을 다시 마을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모시마을은 1970년대 지금의 세 배인 180가구가 모여 살았다. 양 위원장은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사무직 등 젊은이들이 필요한 일자리가 생겼다”며 “소득이 더 늘어나 마을의 아들딸들이 고향을 찾아와 같이사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천=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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