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근 기자
김병근 기자
2009년 12월 중국 선전에 있는 조아스전자 사무실. 전기면도기와 이미용기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조아스전자의 오태준 회장(58·사진)은 “자체 브랜드를 포기하라”는 얘기를 듣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세계 1위 이미용기기 업체 C사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협력업체가 될 것인지, 자체 브랜드 제품을 계속 만드는 회사로 남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다른 얘기로 5분여 동안 뜸을 들인 오 회장은 자체 브랜드를 선택했다. 고객사 임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 회장은 “26년 동안 자식처럼 키워온 브랜드를 버릴 수 없었다”며 “그때 OEM 거래가 끊겨 매출이 2009년 500억원에서 2010년 80억원으로, 정확히 말하면 1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조아스전자는 오 회장이 경기기계고등학교(옛 청량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82년 창업했다. 국내에 전기면도기 제조업체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국내 시장을 외국 대기업에 다 내줄 순 없다”는 사명감을 밑천으로 삼았다. 전기면도기로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판매량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서 30%가량 차지했다. 필립스, 브라운 등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했다.

이 회사는 전기면도기 기술이 비슷하게 적용되는 이미용기기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외국 전문업체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OEM을 포기하면서 급락한 매출은 그 이후 다시 늘기 시작했다. 2011년 100억원, 2012년 150억원으로 불어났고 올해는 2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린 셈이다. 오 회장은 “잠재 수요는 많은데 남들은 안 하는 틈새시장을 파고든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내놓은 ‘편의점 면도기’를 그 예로 들었다. 오 회장은 “단돈 4900원에 편의점에서 전기면도기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며 “USB로 충전할 수 있는 휴대용 전기면도기와 함께 우리 회사의 효자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완동물 전용 이발기, 집에서 쓸 수 있는 아기용 이발기도 조아스전자가 독보적”이라고 자랑했다.

이미용기기는 소비자층이 확대되고 있는 게 장점이다. 오 회장은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고데기(머리 말리는 기기)를 쓰기 시작할 정도로 휴대용 미니 고데기가 인기”라며 “면도기와 이미용기기 모두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틈새를 파고드는 혁신적인 제품 아이디어는 대부분 오 회장이 직접 낸다. 기계과 출신답게 제품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도면을 그려 개발실로 보낸다. 오 회장 이름으로 등록된 특허실용신안만 260건에 달한다. 디자인 등록도 219건이다. 회사 안팎에서 그를 ‘발명왕’으로 부르는 이유다. 지금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내 생애 첫 면도기’라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오 회장은 “인류에 보탬이 되는 기술을 개발해 100년 이상 존속할 조아스전자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