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규제 비웃는 외부불경제, 괴물로 자라나 일상을 위협하다
한강 둔치에서 작은 매점을 운영하는 희봉(변희봉 분)은 두 아들 강두(송강호 분)와 남일(박해일 분), 딸 남주(배두나 분) 그리고 손녀 현서(고아성)와 함께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원효대교에 나타난 정체 모를 괴물이 강두의 딸 현서를 데려가자 평온했던 이들의 삶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한다. 한강 일대가 위험구역으로 선포되고 현서의 장례식을 치르던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현서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가족들은 접근금지구역으로 폐쇄된 한강 근처 어딘가에 있을 현서를 구하기 위해 강가를 백방으로 뒤지고 다닌다.

‘괴물’은 2006년 개봉 이후 무려 130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12년 ‘도둑들’이 기록을 깨기 전까지 6년간이나 ‘한국영화 최다관람객’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한 영화다. 최근 ‘설국열차’로 다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최고 출세작이기도 하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기술과 가족애적 코드, 환경오염 그리고 반미 감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슈를 스크린 속에 담으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특히 할아버지 희봉이 괴물에 쫓겨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강두를 향해 ‘어여 가라’는 손짓을 하는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며 수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환경오염은 사회적 비용 초래

영화 초반, 용산의 미군부대 영안실에서 미국인들이 다량의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방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관객들은 배출된 화학약품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영화 속 괴물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폐수로 인한 피해는 현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오염된 물을 마시고 건강이 악화되거나 맑은 용수를 써야 하는 산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다.

누군가의 무신경 또는 부주의, 아니면 고의로 하천에 방류된 폐수가 말 그대로 괴물을 만들어낸 것처럼, 경제학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의도치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나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외부효과’라고 부른다.

외부효과는 크게 ‘부정적 외부효과(외부불경제)’와 ‘긍정적 외부효과(외부경제)’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군부대가 현서네 가족에 직접적인 보상을 하지 않았듯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지만 보상은 하지 않는 상태를 부정적 외부효과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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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1>
에서 철강의 공급곡선은 공급자의 비용을 나타낸다. 철강제품 생산은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 있어 위에서 말한 부정적 외부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외부비용을 감안하면 사회적 비용곡선은 공급곡선보다 위에 위치하게 된다.

시장 내 공급과 수요만으로 형성되는 균형점은 Qm이지만 외부효과까지 감안한 최적점은 Qo가 되는 것이다. 정부는 적정 수준 이상으로 공급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각종 규제나 세금을 물리게 된다.

교육의 외부경제 효과

반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지만 시장 내에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긍정적 외부효과도 있다. 교육이 대표적이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교육을 받는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지만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기술도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보조금 등을 통해 교육을 장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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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2>
에서 수요곡선은 수요자가 느끼는 가치다. 교육에 대한 외부 편익까지 반영하면 사회적가치 곡선은 수요곡선보다 위에 놓인다. 긍정적 외부효과를 반영할 경우 최적 균형점은 Qo가 된다. 실제 시장 균형상 생산량(Qm)은 최적 생산량보다 적어 정부는 각종 보조금이나 지원을 통해 이를 늘리려 한다.

원래 고전경제학은 거래 당사자들만 이익을 보면 최적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외부효과는 거래 당사자 모두 이익을 봤더라도 제3자가 피해를 보거나 예상치 못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만큼 사회 전체적으로는 최적 균형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시장개입을 정당화하는 근거 중 하나다. 부정적 외부효과에 대해선 세금이나 행정규제를 통해, 긍정적 외부효과에 대해선 보조금 등을 통해 시장이 달성하지 못한 최적균형을 정부가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외부효과의 내부화’라고 부른다.

네트워크 외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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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효과는 경제주체들의 행태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경제학에서 수요의 법칙은 다른 사람들 간 수요와 관계없이 독립적임을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특정 개인의 수요가 다른 개인의 수요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특정 개인의 재화 수요가 다른 개인의 수요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네트워크 외부효과’라 한다. 대표적으로 편승효과(bandwagon effect)와 속물효과(snob effect)가 있다. 편승효과는 다른 사람들의 재화 수요가 많을수록 그 재화의 내재된 가치가 상승해 다른 특정개인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전화기,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은 ‘네트워크 외부효과’가 적용된 산업이다. 네트워크의 외부효과가 적용되면 혼자 사용하는 것보다는 그 수가 많아질수록 효용과 산업의 가치가 높아진다. 수확이 체증하는 특징이 있어 주로 정보산업에서 활용된다. 즉 누군가는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한다.

이와 달리 속물효과는 다른 사람들의 재화 수요가 많을수록 그 재화의 내재된 가치가 하락해 다른 특정개인의 수요가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희귀한 미술품, 고급가구, 의류나 한정판으로 제작되는 재화에서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다.

누가 보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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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영화의 말미, 강두는 둔치 매점 안에서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창밖을 주시한다. 뽀얀 눈이 얕게 깔려 있는 한강은 고요하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강두는 집었던 총을 살며시 놓아둔다. 곧이어 저녁을 준비하는 강두의 모습 뒤로 TV 뉴스가 흘러나온다.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의 괴물 출현 사건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장면이다. “…결국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았으며…우리는 이런 사건의 원인을 분명히 잘못된 정보에 인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를 이 대사는 미국 조사관의 발표와 이를 띄엄띄엄 통역하는 목소리를 오버랩시킨 일종의 ‘영화적 장치’다. 철저히 진실을 외면하는 당국의 모습이다.

“테레비 재미없다”는 양아들 세주(이동호 분)의 말에 강두는 리모컨을 찾다가 발로 눌러 TV를 꺼버린다. 마치 남의 일인 양. 영화를 보면서 모든 사태가 처음부터 미군의 독극물 무단방류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관객들은 다소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곧 수긍한다. 현실은 으레 그런 것 아닌가 말이다. 그런 관객들에게 영화는 강두와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세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딸 현서와 함께 괴물에 납치됐다가 구출된 남자 아이다. 피해자들끼리 서로 끌어안고 예전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결코 보상받을 수 없는 부정적 외부효과에 대한 자기 치유로 다가온다. 사실 이 경우의 보상은 돈이 아니라 진실이었을 터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시네마노믹스 자문교수진 가나다순

▲ 송준 교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 이창민 교수 한양대 경영학과
▲ 정재호 교수 고려대 경영학과
▲ 한순구 교수 연세대 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