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삶을 바꾸는 '착한 모바일'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모바일 기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 보급 속도가 전기 보급률을 능가할 정도다. 이와 함께 모바일 기술이 개도국 저소득층의 기본적인 삶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보건의료자원과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교통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 모바일 기술은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중동의 한 통신회사는 산전(産前) 관리를 돕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탄자니아에서 40%에 불과했던 시설분만율을 70%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 앱은 산파가 임산부 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제시하며,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구급차에 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바일 기술을 통해 저소득층도 고가의 진단검사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도 한다. MIT미디어랩 연구진은 2달러짜리 스마트폰 부착 안구굴절검사 장비를 개발했다. 검안사가 없거나 시력검사장비가 없어 시력교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세계 6억인구에 새로운 삶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맹률이 높고, 진학률이 낮은 국가에서 모바일 기술은 물리적 공간을 초월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파키스탄의 통신사 모비링크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문맹 여성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읽을 자료와 과제를 발송한다. 노키아는 수학학습을 지원하는 모바일 소프트웨어인 모바일 매스매틱스를 개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172개 학교 2만명 학생에게 제공했다.

모바일 서비스는 유익한 시장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가계소득 증대에도 기여한다. 스리랑카 농부들은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농산물 가격정보를 얻는다. 유통업자와 농산물 판매에 대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수익이 가장 많이 날 시기에 농작물을 수확하고, 판매를 하게 돼 농민들 수익이 23.4% 향상됐다.

보다폰과 사파리콤의 M-Pesa로 유명한 모바일 금융서비스는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누구나 소액 신용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소득에 따른 은행서비스의 진입장벽을 해소한 것이다. 은행을 이용하는 데 따른 이동비용과 고액의 수수료 등 간접 거래비용도 절감시켰다. 짐바브웨의 한 마을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의 회비를 휴대폰으로 수금하게 된 뒤 현금흐름이 원활해졌고,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이득도 늘었다.

‘착한’ 모바일 기술 활용사례들을 종합 분석해보면 저소득층의 3A, 즉 물리적 접근성(accessibility), 경제적 접근성(affordability), 가용성(availability) 향상을 통해 삶의 변화를 이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우수 사례들이 일부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단기간 지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지원을 통한 확산 단계로의 도약이 기업들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빌 게이츠는 말라리아로 수백만명이 죽고 있는데도 말라리아 치료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대머리 치료제보다 못하다며, 시장의 단순한 ‘수요’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적 ‘니즈’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제 한국 기업들도 개도국 저소득층이 이용하기에 적정한 자원과 가격의 선진 모바일 기술로 저소득층의 삶의 변화를 이끄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julia.shin@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