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벨상 특공대' 본격 출범
삼성이 대학과 민간 연구소의 기초과학연구 등을 위한 지원을 본격화한다.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쏟아붓는 대형 프로젝트로, 이달 중 사업공고를 내 지원 대상 사업을 찾을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기초과학 분야를 지원할 미래기술육성재단과 소재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을 지원하는 미래기술육성기금을 세워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13일 발표했다. 재단에 5000억원, 기금에 1조원을 투입한다. 미래기술육성재단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았다.

삼성은 앞서 지난 5월 미래기술육성재단에 1조5000억원을 출연해 미래기술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단 설립 허가를 얻는 과정에서 미래부와 이견이 생기자 재단과 기금을 분리했다.

삼성은 당초 재단 지원으로 개발한 특허권은 개발자가 갖되 삼성은 그 성과물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한 ‘무상통상실시권’을 포함했다가 미래부 반대에 부닥쳤다. 삼성은 이후 ‘개발자는 연구성과물로 출연자(삼성전자)에게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었으나 미래부는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삼성 관계자는 “재단 지원으로 개발된 기술로 인해 삼성전자가 특허소송 등에 휘말리는 상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였지만 미래부가 공익재단 설립 요건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삼성은 특허분쟁 가능성이 크지 않은 기초과학 분야는 재단을 만들어 지원하고, 특허분쟁 가능성이 있는 소재기술 및 ICT 분야는 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식으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기금은 공익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로워 별다른 제약이 없다. 삼성이 성과물을 먼저 쓸 수도 있다. 삼성은 이달 중에 미래기술육성프로그램 사업공고를 내고 대학 교원, 국·공립 연구소, 기업 연구원을 대상으로 지원 과제를 응모받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