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지도 전쟁'] 쇼핑몰·공항 등 건물 내부가 '한눈에'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왈리드 카도스는 올초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갔었다. 시내 호텔에 묵은 그는 아침에 식당으로 내려와 식사를 한 뒤 호텔 지하와 연결된 지하철로 구글 도쿄지사를 방문했다. 일을 마친 뒤 스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동료들과 지하철로 이동했다.

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I/O) 2013에 연사로 나선 카도스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면서 단 한 번도 바깥에 나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인은 하루 생활 중 90%를 실내에서 보낸다”며 “실내지도 서비스는 공간정보 서비스 가운데서도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구글 애플 등 주요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이 앞다퉈 실내지도 서비스의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몇 m 단위의 정밀한 측정이 필요하고 스마트 기기가 자동으로 높이를 감지하기 어려워 층별 구분을 따로 해줘야 하는 등 기존 지도 서비스보다 제작이 까다롭다. 하지만 일단 구축하면 광고·홍보 등을 통해 오프라인 상거래 매출로 바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실내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면 쇼핑몰 공항 대형마트 등 거대 건물의 내부 지도를 볼 수 있다. 쇼핑몰 내부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이용자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면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에 이르는 최단거리 등도 보여준다.

구글글라스 등 웨어러블 기기, 3차원(3D) 지도기술과 결합하면 건물 외부에서 가상으로 실내를 돌아다니는 경험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존 행크 구글맵·구글어스 담당이사는 “구글이 ‘실내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건물 내부를 찍으면 광고나 길표시 등을 바로 알려주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구글은 한국에선 서비스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 영국 등의 1만여곳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대상으로 실내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부터 모바일 네이버지도를 통해 실내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분야는 인수합병(M&A), 기술협력도 활발히 이뤄진다. 지난 3월 애플은 2000만달러(약 222억원)를 들여 실내 위치정보 시스템을 개발하는 2년차 벤처기업 와이파이슬램을 인수했다. 이번 달에는 실내 위치정보서비스 솔루션 ‘이잿(IZat)’을 보유한 퀄컴이 노키아 지도 서비스 ‘히어(Here)’와 기술협력을 맺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실내공간정보 활용서비스 개발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2017년까지 262억원을 들여 전국 지하철역 공항 지하상가 등 주요 시설의 실내공간정보 활용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