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첫 세제개편은 '고소득자 증세'
내년부터 연 소득이 3450만원을 넘는 434만명(전체 근로자의 28%)의 세금 부담이 소득 구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또 그동안 소득세를 물지 않은 종교인과 연소득 10억원 이상인 농업인도 2015년부터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8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13년 세법 개정안’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확정,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 소득 5000만원을 올리는 근로자가 내는 소득세는 현재 83만원에서 99만원으로 16만원, 연봉 1억원인 직장인은 741만원에서 854만원으로 113만원 각각 증가한다. 중산층(중위 소득의 50~150%)의 세 부담이 늘어나긴 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다. 월 1만~2만원 수준이다. 현재 중위 소득의 150%는 연 소득 5500만원 구간에 있다.

하지만 연 소득 1억원 이후부터 세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3억원 초과 시 세금 증가액이 800만원 이상 훌쩍 불어난다.

정부는 이처럼 고소득층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으로 연 소득 2500만원 미만 저소득 근로자에게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 액수를 대폭 올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인 자녀장려세제(CTC)를 신설해 자녀 1명당 50만원을 추가로 주기로 했다. 세금이 줄거나 환급액이 늘어나는 혜택을 보는 근로자는 1189만명으로 전체의 72%다. 10명 가운데 상위 3명으로부터 더 거둬들인 세금을 하위 7명에게 이전하는 셈이다.

현 부총리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새롭게 확보하는 세수는 전액 서민·중산층에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며 “조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기능을 보다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상대적으로 세원이 쉽게 드러나는 계층을 상대로 손쉽게 증세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은 직장인과 서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며 고소득층에 대한 추가 징수를 주장하고 있다.

이심기/김재후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