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 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과 공기업 파산제 도입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6일 “공기업 독점 영역을 민간에 개방하고 실질적인 경쟁 체제를 구축해 공기업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이날 서울 신문로 S타워에서 주최한 ‘박근혜 정부의 사라진 공기업 개혁 토론회’에서다.

전문가들은 공기업 부채 급증의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공공기관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대통령의 공약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겼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기업 부채 관리를 강화한다는 대책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행복도시 개발이 LH공사의 부채를 늘리고 전기요금 규제가 한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듯이 공공부문의 자율성을 해치는 왜곡된 지배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도 “정부가 해야 할 일과 공기업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며 “제대로 된 정책 타당성 검토가 공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부처가 공기업을 통해 우회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일을 막고, 정부의 인위적인 공공요금 규제를 전문 규제기관에 의한 전문 규제로 전환해 공기업의 적정 수입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파산제를 도입해 공기업의 재무적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근본적인 해법으로 공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교수는 “공기업이 하고 있는 영역을 민간에도 허용해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예컨대 민간도 우편물 배달을 할 수 있게 하면 우체국 경영에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체제를 도입하면 공공요금이 올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비용은 많이 드는데 요금을 올리지 못해 생기는 공기업의 부채는 결국 국민의 몫”이라며 “공공요금 정상화는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책임 경영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