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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0시 국내 최대 피서지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평일 밤이었지만 휴가철의 절정임을 보여주듯 백사장 곳곳에서는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백사장은 대낮처럼 활기차고 질서정연한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돗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이는 피서객들로 넘쳐난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만취한채 발걸음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취객들이 백사장을 차지하고 있었고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고성방가가 아름다운 해운대 밤하늘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었다.

백사장 뒤편 도로에서는 아찔한 차림의 남녀가 계속된 시도를 통해 즉석만남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들의 다음 행선지는 백사장. 자연스럽게 술 파티가 이어졌고 게임을 하면서 괴성을 터져 나왔다.

처음 만난 이성 앞에서 남성들은 소주병을 깨트리는 등의 '객기'를 보이기도 했다.

백사장에는 금연구역 표시가 있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워댔다.

물론 이를 제지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단속반원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5천원짜리 돗자리, 1만3천원짜리 튀긴 닭, 3천원짜리 맥주 한 캔 등을 파는 노점상들은 구청의 야간단속을 비웃듯 백사장을 누비고 있었다.

새벽 2시. 취기가 한껏 오른 듯 20대 남성 세 명이 갑자기 바다에 뛰어드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다.

이를 지켜보던 피서객들은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박수를 쳤다.

지쳐서일까.

백사장에는 서서히 빈자리가 생겼고 먹다 버린 술병, 비닐봉지, 안주가 나뒹굴고 있었다.

곳곳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채 먹은 음식을 토하는 피서객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취기가 오른 '연인'들의 낯뜨거운 애정행각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리게 했다.

해수욕장 질서유지를 맡고 있는 해운대 여름경찰관서에는 만취해 뻗은 사람, 시비가 붙어 고성을 지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장마가 비켜가고 폭염이 극성을 부린 이번 여름에는 부산 바다를 찾은 피서객 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면서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범죄나 소란, 무질서 단속을 호소하는 112 신고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올해 부산지역 6개 해수욕장에서 여름경찰서를 운영한 결과 지난 2개월 동안 약 163건의 112신고가 접수돼 작년 같은 기간 101건에 비해 61% 늘었다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 절도 5건, 폭력 3건, 몰카 강제추행 6건, 기타 형사범죄 4건 등 모두 18건의 범죄를 해결하기도 했다.

해수욕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산소방본부 수상구조대원들도 피서객들의 끊이지 않는 무질서 행위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심야에 피서객이 갑자기 바다에 뛰어들면 '서치라이트'를 비춰 경고를 하는 등 24시간 감시활동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김병국 수상구조대원은 "매일밤 평균 10여 명의 피서객이 만취상태에서 바다로 뛰어들고 있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