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인출가능한 연금저축 나온다
자영업자인 김성수 씨(63)는 15년 전에 한 보험사의 연금보험에 가입해 매달 100만원씩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입했다. 회사에 다니지 않아 퇴직금이 없는 만큼 스스로 노후에 대비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자마자 목돈으로 병원비가 필요해졌다. 연금저축을 일부 해지해 병원비를 낼 수 있는지 물었더니, 보험사에서는 일부 해지가 가능하지만 22%(기타소득세 20%+주민세 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답했다.

김씨처럼 연금저축에 가입했다가 의료비로 일부를 인출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금의료비저축보험’이 내년초 출시된다. 기존 가입자들이 연금저축 일부를 헐어 의료비로 쓸 경우 세금을 덜 내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개인연금은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연금저축(신탁·펀드·보험)과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비적격연금(10년 이상 유지시 보험차익 비과세 상품)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정부는 우선 고령화 사회에 맞춰 연금저축이 의료비와 노후보장 두 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의료비 인출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개인들이 노후에 필요한 의료비를 따로 준비하고, 노후보장 비용을 따로 준비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내년 1분기 중 ‘연금의료비저축보험’이란 새 상품을 출시키로 했다. 이 상품에 ‘실손의료비 보험특약’을 제공, 고액 의료비를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기존 연금저축 가입자가 의료비를 인출할 경우 이를 해지로 간주해 22%의 세금을 물리는 제도도 손질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또 ‘노후실손의료보험’을 허용, 60세 이상이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장기 가입 상품인 연금저축 계약 유지율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를 여러 달 내지 못해 효력을 잃은 경우에도 한 달치만 내면 정상계약으로 부활시켜 주기로 했다. 종전에는 밀린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야 정상계약으로 만들 수 있어 몇 번 납입을 못한 뒤엔 아예 포기하는 가입자가 많았다. 다만 미납보험료는 추후 납입해야 한다.

박정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국내 연금저축의 10년 후 가입 유지율은 52.4%에 불과하다”며 “개인연금이 공적연금을 보완해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고, 장기 보유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에 유리하게 설계돼 개인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많은 사업비 체계도 대폭 손질한다.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원금의 상당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하면 지금은 일반판매·방카슈랑스(은행판매)·온라인판매 모두 연금저축을 포함한 저축성보험의 평균 환급금이 30%에 불과하지만, 내년 중에는 40%(일반)·60%(방카슈랑스)·80%(온라인)로, 2015년 중에는 50%(일반)·70%(방카슈랑스)·100%(온라인)까지 높일 수 있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금융위는 특히 환급률을 100%까지 높일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을 대폭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생명보험사들이 온라인 전문 회사를 별도로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당장 교보생명에 ‘e-교보생명’ 설립을 인가해 오는 9~10월께 영업을 시작하도록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