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CVS사업부 직영팀의 이수재 씨는 사범대에 재학 중인 후배들에게 임용 고시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것을 조언했다. 그는 “사범대 졸업생은 다른 분야 취업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성격에 맞는 직무를 찾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남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knk@hankyung.com
GS리테일 CVS사업부 직영팀의 이수재 씨는 사범대에 재학 중인 후배들에게 임용 고시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것을 조언했다. 그는 “사범대 졸업생은 다른 분야 취업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성격에 맞는 직무를 찾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남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knk@hankyung.com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이수재 씨(동국대 졸·28)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취업하기 만만치 않겠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흔히 말하는 고스펙도 취업하기 수월한 전공도 아니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씨는 항상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서류 전형에 통과하면 ‘날 인정해주는구나’라며 기뻐했고, 떨어져도 실망하기보다는 ‘내 스펙으로 취업에 성공하면 훨씬 의미가 있을 거야’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대학생 대상의 프리미엄 취업 정보지인 ‘캠퍼스 잡앤조이’가 이씨를 만나 그의 취업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토익은 빈칸으로…자소서로 승부

이씨는 대학시절, 여느 사범대생과 마찬가지로 임용 고시만 생각했다. 하지만 군 생활과 제대 후 미국 무전여행을 다녀오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뚫기 힘든 임용 고시에 매달리기보다는 제대로 된 기업에 입사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이다. “3학년에 복학하면서 여러 가지 자격증에 도전하고 대외활동과 함께 학교 공부를 병행했죠. 유통관리사, 웃음치료사, 펀드투자상담사 등 각종 자격증을 20개나 땄어요. 목표의식이 생기니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도 오르더라고요.”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체육교사 시험 준비 대신 '특공대'서 쌓은 실력 통했죠"
GS리테일 CVS(편의점)사업부 직영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가 이 회사에 지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취업을 준비하던 어느 날, GS리테일에 먼저 입사한 선배의 초청으로 매장을 방문하게 됐다. 문을 들어선 순간 그는 깜짝 놀랐다. 직원들이 재미난 캐릭터 옷을 입은 채 ‘코스프레(코스튬과 플레이의 합성어) 이벤트’에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장 안은 화려한 장식들도 가득 차 있었다. 별안간 그는 ‘바로 이거다’라는 직감이 들었다. 평소 ‘즐겁게’ 일하고 싶었던 이씨에게 유통현장은 매력적인 일터로 다가왔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밝은 성격이라 제대 후 처음 딴 자격증도 웃음치료사였죠. 이런 제 성격이 유통 영업관리 업무에 잘 맞겠다 싶었어요.”

GS리테일은 1급 4년제 대졸과 2급 초대졸 사원을 각각 연 2회 채용한다. 특이한 것은 서류를 두 번에 걸쳐 심사한다는 점. 1차 서류 전형 후에 적성검사 대신 인성검사를 실시하는데, 여기에 합격하면 자기소개서 중심으로 2차 서류 심사를 거치게 된다.

그는 이력서에 토익점수를 쓰지 않았다. 성적이 없어서가 아니다. ‘높지도 않은 성적을 쓸 바에야 아예 비워놓자’고 생각했다. “대신 보험영업, 해외봉사, 마케터 회장 등 남다른 경험으로 승부수를 띄웠어요. 자소서는 수정할 때마다 학교 취업센터의 전문가 3명에게 보여줬죠. 이 중 어떤 답안이 인사담당자의 마음에 들지 모를 일이니까요.”

◆취업센터로 ‘성지순례’

사범대생으로 취업에 문외한이었던 이씨를 구한 건 학교 취업지원센터였다. 그는 이때의 경험을 ‘성지순례’라고 표현했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취업관련 프로그램을 모조리 섭렵했다.

이 중 그를 본격적인 취업으로 이끈 것은 ‘특공대(특별공채대비반)’ 프로그램이었다. “목표 방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니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시너지 효과가 나더라고요. 프로그램도 빠듯하게 꾸려서 시간 낭비하는 일도 없었죠. 매주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 낼 자소서를 써오도록 하고 안 써오면 꼬박꼬박 벌금도 물렸어요. 방학 때는 매일 모의면접을 봤어요.”

‘멘토링’ 프로그램도 큰 도움이 됐다. 학교 소개로 관련 직종의 현직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 직무에 대한 상담과 자소서 컨설팅을 받았다. “바로 옆에 중앙도서관이 있지만 늘 취업센터에 찾아가 공부했어요. 수업이 끝난 후에도 꼭 들렀죠. 덕분에 센터 추천으로 면접도 수차례 볼 수 있었고 제가 원하던 곳에서 인턴실습도 할 수 있었어요.”

이런 준비 덕에 2차 서류심사까지 통과한 이씨는 1차 면접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꼭 가고 싶은 회사였기에 최대한 열심히 대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취업에 성공한 선배가 입사 전 작성한 예상질문지를 건네줬다. 충격적이었다. “아주 세세한 항목까지 적혀 있더라고요. 그 길로 회사 관련 질문과 저에 대한 질문을 50개씩 만들었어요. 인사담당자들이 준비된 답을 안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준비한 덕분에 긴장이 덜 됐고 자신감 있게 대답할 수 있었죠. 특히 영업업무에서 당당함은 필수잖아요.”

면접 당일, 이씨는 질문 하나에 당황했다. 면접관이 “‘본인의 단점’을 말해 보라. 단, 장점 같은 단점으로 꾸며서 말하면 떨어뜨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졌지만 그는 정말 인간적인 단점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평소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는 점을 얘기했어요. 혼자 있는 걸 싫어해서 24시간 문이 열려 있는 편의점을 선택했다고 말했죠.”

그는 후배 대학생들에게 ‘사범대 졸업생은 임용 고시가 아닌 다른 분야 취업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자격증이나 토익 점수 따기가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점수 대신 경험으로 승부해 보세요. 자신의 전공, 성격과 어울리는 업종과 직무를 찾는다면 멋진 신입사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도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tuxi0123@hankyung.com

이수재 1985년생, 동국대 체육교육학과, 학점 3.5점 (4.5점 만점), 레크리에이션지도사 1급, 웃음치료사 1급, 펀드투자상담사, 생명보험설계사, 유통관리사